모난 돌기 하나 갖지 못한 AA 건전지의 배를 가르고
빛의 내장을 끄집어낸다.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무희가 버린 별의 껍질을
토막 내 음식물쓰레기 봉지에 담는다.
통발 속으로 기어들어간 구름에게 삐뚤빼뚤한 나이테가 있다는 걸,
당신이 알지 못했으면 한다.
지척에 실핏줄을 뿌려놓아야 겨우 아침에 다다를 수 있단 사실을,
당신은 몰랐으면 한다.
공들여 쓰다듬은 문고리에서만 성에가 자란다는 걸,
언제까지고 당신이 몰랐으면 한다.
산 채로 잡아먹힌 히피가 소화되며 내놓는 가스로 등을 밝힌 거리에
신생아들의 부도(副刀)가 세워지는 밤,
항구의 출구를 아는 유일한 노인이 입을 닫고,
눈 감은 고양이가 4차선 도로를 건너 호칭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