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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Jan 11. 2018

인도, 그 다정한 타력

 #부추김에 대하여

어디론가 떠나는 것보다 늘 더 힘든 건

떠나자,고 결심하는 일이다.

 

일상이라는 타력(惰力, 버릇이나 습관이 갖는 힘)은 너무나 안온하고 치밀해서, 잠깐 동안의 일탈에도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하더라도 그게 늘 연약한 것이어서, 여행을 갈지 말지, 어디로 갈지, 어떤 컨셉으로 갈지, 어떤 코스로 갈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흔들린다. 마땅한 동행이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번의 경험으로,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여행 전의 고민들은 불필요했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여행 전에는 반복이다.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지 않을까, 누구한테 가자고 해야 하나, 혼자 가서 심심하지 않을까. 간만의 휴가인데 집에서 쉬면서 책 읽는 게 남는 게 아닐까. 짐은 또 언제 싸고 예약은 또 언제 하나


이럴  때

의외의 타력(他力, 남의 힘)에 기댈 때가 있다.


친구가 동행 제안을 덥썩 물어서 계획이 급진전되기도 하고, 휴가 때 여행이나 갈까라고 내뱉은 말에 주위에서 하나 둘씩 추천한 말들 덕분에 욕구가 상승하기도 한다. 일에 치이다가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에 있고 싶어하는 욕망이 어쩔 수 없이 생기기도 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 역마살이 낀 듯한 성향을 들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여행 쪽으로 살짝 기운 나의 등을 툭,하고 치는 타력은 다정하다.


태생적으로 공격적이거나 진취적인 성향이 아닌 나에게, 집에서 뭉개고 있지 말고 일단 가 봐,라고 다정하게 꼬신다. 어딘가로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던 어설픈 시절에도, 여행이라는 행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가 없어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십 년도 훨씬 넘은 첫 배낭여행 사진을 찾아본다. 그때 나를 등 떠민 게 뭐였나 생각하니, 한 해 전에 인도를 다녀왔던 후배의 들뜬 한 마디였다.  


"오빠, 인도 진~짜 좋아요. 꼭 가요!"


그 즈음 중고로 구입한 로모로 찍은 첫 번째 롤 속에는 여행의 주저함과 함께, 그녀의 다정한 타력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 새벽에 도착해 아침까지 노숙했던 뉴델리 공항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다섯 명이 억지로 꽉 채워 탔던 오토릭샤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예전에 현상하고나서는 대충 봤는데, 지금 보니 간지로 거리를 씹어먹는 마차꾼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그때 한국 여행자들에게 유명했던 빠하르간지의 골든 카페(맞나...)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2017년에 잠깐 들렀을 때도 크게 다를 것 없었던 빠하르간지-1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2017년에 잠깐 들렀을 때도 크게 다를 것 없었던 빠하르간지-2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빌려갔던 아버지 배낭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노 스모킹 버스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조각미남들 (난 이 사진을 굳이 왜 찍었는지..)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이름을 잃어버린 뉴델리 유적지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릭샤와 오토릭샤와 오토바이와 버스와 마티즈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게스트하우스 리셉션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 이제 다 컸겠네

#로모  #인도  #뉴델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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