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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Jan 07. 2018

알면 조금만 편할 모로코 여행 팁

모로코 #6

팁이라는 게 늘 그렇다.

몰라도 좋고, 알면 조금 편하다.


겨우 10일 짧게 다녀오고 누군가에게 팁을 주기는 민망하지만,

겨우 10일 짧게 다녀오기 위해 누군가의 팁을 찾아 많이 검색했었기에.

나같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한 여행자들은 나말고도 더 있을리라는 확신 하에.

몇 가지 남겨놓는다.


보다 미지스럽고, 보다 날것의 여정을 원하면 당연히 무시해도 되는 팁들이다.




1. 치안, 소매치기


여러 글들에서 모로코 여행할 때 소매치기 등등을 유의하라는 말이 있어서, 유의해서 다녔다.

솔직히, dslr을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조금 고민했었다.

괜히 표적이 되면 며칠 찍어놓고 따라다닌다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글쎄'다.

혼자가 아니라 남자 둘, 여자 하나 이렇게 다녀서 더 접근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으니, 그걸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여행자 해코지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 여행자들이 가는 도시는 거의 정해져 있고, 숙소도 대개는 모여있다. 현지인이 물론 훨씬 많지만, 여행자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이상한 경험은 있었다. 여행 초반, 마라케시에서 시장 통을 걷는데, 우리에게 뜬금없이 길을 알려주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한 갈림길에서 알려주길래 돈 주기 싫어서 괜히 딴 길로 갔다가 다시 돌아갔는데 몇 분 뒤 또 갈림길에서 길을 알려주길래 이상하다 싶어서 일행 셋이 주시하고 있었다. 한 20여 분 후 시장의 아예 다른 섹션을 걸어가고 있는데 (사람 완전 많은), 그 남자가 또 나타났다. 나는 일행 둘의 5미터쯤 뒤에 떨어져 걷고 있었는데 어느 새 나타난 남자가 일행 중 남자의 뒤로 바짝 붙었다. 예의 주시하고 거리를 좁히는데 남자가 뒤를 흘낏 보고는 또 사라졌다. 과민한 반응일지 모르나 그 뒤로 조금 더 조심했었다.


-모든 여행지에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짐이건 카메라건 돈이건. 이제껏 여행했던 어떤 도시에서도 짐 관리 안 해도 되고, 도둑 맞거나 사기 당할 걱정없이 여행하라는 조언을 듣진 못했다. 다른 여행지에서 조심할 정도의 '준비태세'면 된다. 여행 전에 어떤 숙소에서 뭐가 사라졌느니 하는 후기들을 잘 읽고 피하는 걸 포함해서.




2. 환전, 카드


유로, 달러 다 된다. 여느 여행지와 같다. 환율은 공항과 여행자 거리의 숙소나 거의 같다. 배낭여행객보다는 아껴쓰지 않는 내 소비 행태로, 500유로 환전해서 쓰고 왔다. (미리 예약 사이트에서 카드로 결제한 숙소비와 공항 픽업비 등 제외하고) 마라케시로 들어갈 경우, 입국 수속 마치고 나오자 마자 환전할 수 있는 원형 부스가 2-3군데 있다. 영어 잘 통하고 사무적이고, 알아서 소액권 섞어 준다. 걱정할 필요 없다. 마라케시에서는 제마 엘 프나 근처 호텔에 환전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사하라 익스페디션 근처 호텔들이니 환전 간판보고 들어가면 된다. ATM도 그 근처에 몇 군데 있다.


페스에서는 숙소 매니저한테 물어서 숙소 바로 근처 (RCIF 게이트 밖) 환전소에서 바꿨다. 환율은 어디나 비슷하니 크게 손해보는 일 없다.

물건 살 때 부득이하게 돈이 모자라면 유로 받냐고 물으면 대개 받는다고 한다. 환율은 살짝 낮게 쳐주나 금액 차이는 크지 않다. 알아서 이득되는 방향으로 지불하면 된다.

큰 식당에선 카드 된다. 비상용으로 가져가면 될 듯.




3. 이동 (공항픽업, 택시, 기차표, 버스표)


전체 일정

Day 1 - 마라케시 (공항에 9시 30도착---공항 픽업 서비스 미리 호텔에 신청해서 타고 숙소로)

Day 2 - 마라케시 (도보, 택시 등)

Day 3 - 사하라 투어1 (투어 버스로 내내 이동)

Day 4 - 사하라 투어2 (투어 버스로 내내 이동)

Day 5 - 사하라 투어3----->페스 (아침에 사막에서 나와서, 투어 예약할 때 미리 지불해둔 SUV로 페스로 이동)

Day 6 -  페스 (도보, 택시 등)

Day 7 - 페스---->쉐프샤오엔 (아침 8시 CTM 버스로 4시간 동안 이동, 75디르함+5디르함(짐))

            *CTM은 8시와 9시 50분(?) 하루에 두 대, 수크라투어는 체크 안 했음

Day 8 - 쉐프샤오엔------>라바트 (아침 7시 CTM 버스로 4-5시간 이동, 110 디르함+5디르함(짐))

            *CTM버스 하루 한 대, 수크라투어 버스 하루에 한 대

Day 9 - 라바트----->카사블랑카 (아침 9시 45분 기차. 2시간 조금 못 걸려 도착)---->카사블랑카 공항 (나 혼자만 먼저 가는 일정이었는데, 역 앞에 흰색 택시 300디르함에 흥정 없이 타고 감. 40분 걸림)


-공항 픽업은 1인당 100디르함 (친구가 카드로 계산) 정도 (출발 전에 미리 지불해서 스타렉스가 나옴)


-도시 내 택시 이동은 '쁘티 택시'라고 도시마다 빨간 택시나 파란 택시를 타면 되는데, 기사들이 뻔히 알아서 관광객이면 뻔히 쳐다 본다. 그리고 2-5배 정도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게 다반사. (대개 도시 내 이동은 10~15디르함=우리 돈으로 1000-1500원 정도 택시비가 나오는데, 택시에 따라 50디르함을 부르거나 30디르함을 부르거나 등등) 개인의 자유인데, 여기서 흥정을 해서 가거나, 미터로 가자고 하거나, 내리거나 하면 된다.

나는 흥정해서 타고 팁 좀 주곤 했는데, 피곤하고 그럴 때는 대충 조금 더 주는 식이었다. 여행 오래하고 쌓이면 천 원, 이천 원이 큰 돈이긴 한데, 예전에 학생 때 아끼고 다니던 게 이제 잘 안 된다.


-도시 간 버스는, 미리 조사한 게 CTM버스 또는 수크라투어 버스였는데, 우리는 CTM버스만 탔다.

우리나라 고속버스 (우등 말고) 정도의 좌석이고, 짐은 터미널에서 미리 돈 주고 부치는 시스템이다 (공항하고 비슷. 짐표를 줌).

쉐프샤오엔으로 갈 때나, 라바트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2대 혹은 1대여서 미리 마라케시에서 예약을 하려다가 전화기가 꺼져 구글맵을 못 찾아서 CTM 터미널 못 가고, 페스에서 샀다. 숙소 주인에게 물으니 CTM 터미널까지 안 가도 숙소 옆에 CTM표 파는 오피스가 있다고 해서 2분 걸어가서 거기서 두 도시 가는 걸 미리 샀다. 짐표는 터미널 가서 사라고 해서 표만.


-기차는 꼭 타고 싶어서 일부러 일정에 넣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라바트-->카사블랑카 구간이 해안 기차가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짧은 거리라 1등석을 끊었는데 1인당 80 디르함 정도였다 (계산을 친구가...)

마라케시의 기차역이 볼 만하대서, 쟈뎅 마조렐 정원 구경갔다가 택시타고 기차역 가서 미리 끊었다. (탈 때 보니 그리 붐비는 건 아니어서 며칠 미리 끊을 필요는 없을 듯도 했다)


-페스에서 쉐프샤오엔을 가기위해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서 CTM터미널 가려고 택시를 잡았는데 흰색 벤츠 택시였다. 모로코 전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3명+짐 3개가 충분히 들어갔다). 기사는 우리가 쉐프샤오엔을 간다고 하니, 800을 주고 이 차로 편하게 가라고 흥정을 붙여 왔다. 이미 버스표를 사서 별 생각은 없었는데 친구가 너무 비싸다고 말하니 바로 600디르함까지 내려갔다. 혹여나 버스표를 못 구하면 이런 식으로 가도 편하겠다 싶었다. 1인당 2만원이니 비싸긴 한데, 더 깎을 수도 있지 싶었음.


-라바트 CTM 터미널에 도착해서 밖에 나왔을 때, 폐차해도 될 법한 미니 트럭 기사가 와서 흥정을 걸었다. 3명이서 짐도 있고 숙소까지 쁘띠 택시 한대로 안되니 타라고. 귀찮아서 60~70디르함인가 주고 탔는데, 꽤 먼 거리긴 했어도 비싼 가격이었다. (쁘티 택시 위에 짐을 실을 수도 있는데, 그리 단단히 고정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우리는 해보지 않았음) 상황에 따라 쁘티 두 대로 갔어도 좋을 거리였다.




4. 팁 문화


가기 전에 조금 고민했는데 가서 보니 그럴 필요 없었다. (사안에 따라 금액에 따라 1~50 DH까지 다양하다는 문구를 어디서 본 듯한데 그게 딱 맞는 듯하다)

유럽이나 기타 여행지보다 덜 엄격하달까. 아마 유럽 식민 문화 영향으로 고급 호텔, 식당에선 팁으로 매너를 보이는 게 맞을 텐데 전반적으로 팁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팁은 개인 기분과 재량이니, 알아서 하면 될 듯.

대략은,

레스토랑에선 2~5DH

좀 비싼 레스토랑에서 10DH~20DH
택시 1~2DH (알아서 외국인 가격을 부르니 굳이 안 줘도 됨...)

가이드는 10~20DH




5. 인물사진


워낙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랬다.

페스 메디나 투어 가이드한테 물으니, 정히 사진을 찍으려면 정중히 가서 묻고 찍고 금액을 요구하면 내야 한다고 한다. 당나귀 사진을 찍으려 해도 그 주인한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게 맞단다.

실제로, 마라케시 역 근처에서 저녁에 걷다가 쓰레기 운반하는 당나귀를 친구가 무심결에 찍었는데, 뒤돌아서 쓰레기를 치우던 주인이 우리에게 뭐라고 해서 친구가 사진을 지웠다.

결국, 화면을 가득 채운 인물 사진은 거의 없고, 있어봐야 가이드 정도다.

재량껏 찍으신 분들에게 경의를...




6. 길 알려주고 돈을 요구한다는 이들에 대해


있긴 하다. 마라케시에서도 뜬금없이 잘 가고 있는데 갈림길에 서있다가 길을 알려주곤 했다. 무시했다. 이미 대충 방향을 알고 있기에 큰 도움이 아니어서. 만약에 내가 길을 잃었다면 오히려 부탁은 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돈을 준다면 그건 팁 개념이 될 것 같다. 그게 아닌 경우는 굳이 돈을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문화 아닌 문화가 있다고 해서 길을 묻는 걸 꺼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메디나에서 헷갈릴 때 지나가는 아저씨나 상인한테 물으면 매우 친절하고 나이스하게 대답해준다. 돈은 물론 요구하지 않는다.




7. 점잖은 호객 문화에 대해


여행자 많이 오는 제마 엘 프나는 호객행위가 좀 있다. 사하라 익스페디션 호객, 야시장 먹거리 가게 호객, 길거리 헤나 아줌마 호객 등. 하지만 끈질기지 않고 점잖다. 내 느낌으로는 자존심을 지키는 호객이다. 제마 엘 프나 먹거리 가게 호객이 그나마 정도가 강했는데 그래봐야 우리 이러저러 메뉴 있다, 싫다고 하면, 한번 봐라, 더 싫다고 하면, 우리 가게 OO호니까 기억해라, 정도다.

시장의 가게들이나 상점들은 거의 없다. 인사 정도다. 부담 느낄 필요 전혀 없다.




라바트의 기념품 가게에서 한 아줌마가, 모로코 어느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한다며 재밌게 보고 있다고 굳이 말을 걸었다. 아시아 여행자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모로코에서 한국 여행자를 흥미롭게 쳐다본다. 가보니 중국 여행자들이 워낙 많아서,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니하오를 수줍게 외치지만, 한국인임을 알면 묘한 호기심과 친절함 같은 게 있다. 그러니, 경계 어린 걱정은 최소한으로 하고 즐겁게 여행 준비를 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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