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직선은 되도록 멀리하는 게 좋다
숨을 곳이 없는 곳에선 숨을 쉴 수 없다
눈치껏 평범한 나무 둥치로 찾아들어야 한다
동선이 겹친 동료들과 같은 나무를 골랐다면 높이를 달리하면 된다
몸 안의 진액이 끓기 시작하면 집요한 여름 해를 피해야 한다
그래야 하늘의 열기를 너의 生이라고 착각하지 않을 수 있다
네 안에서 기화가 시작되면 온 몸이 떨린다
떨림은 몸의 모든 분절점에서 어떤 흔적도 지운다
세상이 너와 같이 흔들린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혼자 세상에 울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진액이 증발할 때까지 왜 울기만 해야 하는지 물었던 누군가가 있었다
몰래 바람을 잡아타고 멀리 날아간
그의 마지막이 어떤 장면이었는지 아는 이는 없다
너의 소리가 닿는 데까지가 너의 세상이기에
네 파동 안으로 들어왔던 모든 것들을 친절하게 기억했으면 한다
네가 담아두고 떠날 장면은 그랬으면 한다
몸 안의 열기가 모두 빠져나와 몸 밖의 날숨들과 만날 때
그래서 더 이상 퍼낼 울음이 남아있지 않을 때
주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기화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온전한 형태인 채로
숨었던 곳을 벗어나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쉴 때
네가 떨어진 곳이
흙길이건 시멘트 골목이건 고무다라이 뚜껑이건
너의 시야에 하늘만 들어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