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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船)

by 너무 다른 역할

목성에 나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천체물리학자의 눈빛으로 서 있었다 넌


흔들림 따위 깨끗이 잘라냈지만 모근은 그대로였기에

네 안의 지진은 매 초마다 감지되고 있었다


내 안이 가물어 먼지가 날리는 통에

풍경이 흐릿했다고 말을 했었다 난


발조차 떼지 못한 채 황망히 손을 휘저어

하나의 촉각을 부여잡는 게 최선이었기에


내 밖의 물리에 집중했다


하나의 시작에서 하나의 끝까지를 쳐다본다

단기적인 몸짓에서 장기적인 시선까지를 담아둔다


어엿한 통증 하나 몸속에서 피어나는 걸

내내 부끄러워하다가 신 약을 수저로 퍼먹는다


매일 다른 나를 찍어내던 틀들을 모아

정성 들여 기름칠을 한다


기름이 마르는 시간에

나풀나풀 찾아오는 너라는 언어들


차곡차곡,

움직임 없는 시간을 포개 상자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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