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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Nov 09. 2019

이렇게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이렇게 대단하지 않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알아, 무슨 말 할지.


밋밋하게만 보이는 이 일상을 쌓아 올리면서 우리가 감내해야만 했던 구질구질함에 대해,

숨 막히게 멍청한 사람들 틈에서 우리가 수집해야만 했던 일상의 주춧돌들에 대해,

너와 내가 평범함 안에서 찾아냈던 예외성들에 대해, 얘기할 거 알아.


내비게이션 켜지 말고 해 질 녘에 산책할 호숫가를 찾아가자, 거나

이 도시에서 제일 어두운 술집을 찾아 들어가자, 거나

제일 아끼는 운동화를 신은 채로 바다로 들어가자, 아니면,

그냥 안고 있자,라고 할 것도 알아.


그런데 말이야.



오늘처럼,

몇 달 만에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어든 누군가가 '40년 동안 열심히 자식 키우고, 나 살고, 살림 챙기고 그랬어'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


대답을 듣지 못한 목소리가 차 안 공기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버리는 걸 느낄 때, 운전을 하다가 잠깐 돌아본 그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탈색됐음을 깨달았을 때,


대단하지 않은 나의 일상이 초라해지는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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