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에서 지렁이를 캔다
마블링에 쓸린 피부가 핑크빛으로 부풀어오른다
세상 모든 서정성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아침이다
내리는 비를 신으며 걸어간다
여정을 마친 물의 착화감은 순하다
각진 구름들이 물러나길 기다리며 몸의 돌기를 한번씩 어루만진다
너의 점액을 입 안에 털어넣던 날을 박제한다.
치골의 수평에만 집착하던 새벽이었다
밤의 창자 속을 지나온 바람이 뼈마디들을 핥을 때,
감은 눈에선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비의 냄새로 바다의 방향을 알아낸 지렁이가 느린 점선을 긋는다
발목이 없는 여인이 모는 화물트럭이 경적을 울린다
남아있던 모든 기척이 일순 정지한다
비울음의 온도를 재던 광부가
갱도를 깔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