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날들이 이어졌다
쉬운 감정을 버려야 했다
철심을 박은 눈송이들이 마당을 덮을 때
파란 개가 털갈이를 시작한다
포식을 획책하던 밤이면
당신이 남긴 스키드 마크를 혀로 쓸며
끝나버린 공연의 비용을 처리했다
기척을 숨긴 숫자들이 달력 안에서 뒤섞일 때
점액을 닦지 않은 검은 기둥들을 땅에 박는다
정교하지 못한 선으로 당신의 이름을 그린다
획(劃)에서 당신을 끄집어내려고 발버둥이다
획이 모자란 이름이 발 밑에 쌓인다
그리다 만 것들에게선 갓 흐른 피 냄새가 난다
초침이 낳은 사생아만 모은다는 수집가에게 줄
삼각플라스크 안으로 몸을 구겨넣는다
발이 녹아내려도 절대 눈을 뜨면 안 돼
약속을 지키면 너를 완성할 거야
일회용 라이터 안에 갇힌 가스에 하얀 녹이 슬고
두껍게 내린 밤의 비늘 사이가 벌어진다
답이 마른 질문들 사이로
그림이 바닥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