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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는 밤을 밀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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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역할
Ma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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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주율 밖에서만 운동화 끈을 묶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만지며 잠을 청해 본다
당신이 낸 월세로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라며 고함을 치는 택시기사와 언쟁을 피하다가
열려 있는 그 사람의 바지 앞섶을 본다
차라리 흔적을 지우는 오토바이를 살 걸 그랬어
눈이 지루하게 땅에 그어진 선을 지우듯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당신이 흘린 선을 뭉개면 좋을 텐데
시동을 끈 오토바이가 택시 뒷좌석에 몸을 누이고
익숙한 얼굴이 꿈에 등장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며 운전석에 앉는 밤
이렇게라도 잠든 나의 얼굴을 보고 있다
어둠 속에서 종(種)을 잃은 새들을 양 옆으로 가르며
택시가 울기 시작한다
둥지의 주소를 잊은 기사가
자신의 앞섶에서 젖은 가위들을 뱉어내며 웃는다
새소리는 밤을 밀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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