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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는 밤을 밀어내지 않는다

by 너무 다른 역할


나의 원주율 밖에서만 운동화 끈을 묶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만지며 잠을 청해 본다



당신이 낸 월세로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라며 고함을 치는 택시기사와 언쟁을 피하다가

열려 있는 그 사람의 바지 앞섶을 본다



차라리 흔적을 지우는 오토바이를 살 걸 그랬어

눈이 지루하게 땅에 그어진 선을 지우듯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당신이 흘린 선을 뭉개면 좋을 텐데



시동을 끈 오토바이가 택시 뒷좌석에 몸을 누이고

익숙한 얼굴이 꿈에 등장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며 운전석에 앉는 밤

이렇게라도 잠든 나의 얼굴을 보고 있다



어둠 속에서 종(種)을 잃은 새들을 양 옆으로 가르며

택시가 울기 시작한다

둥지의 주소를 잊은 기사가

자신의 앞섶에서 젖은 가위들을 뱉어내며 웃는다



새소리는 밤을 밀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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