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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실려있다

by 너무 다른 역할


수직과 수평,

두 개의 방향만 허락된 선(線)들이

자기기만을 서두르는 아침


도시가 사멸의 방향으로 가지를 칠 때

입을 다문 성상이 하늘을 조립한다

수평과 수직을 벗어난 것들을 무찌르며

디딜 곳과 딛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 지으며


남자의 허리에

어젯밤 표정이 단단히 매달려있다



이야기가 실려있다

3만 원으로 하룻밤을 지낸 파라다이스 모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수다스러운 노모와 23만 원어치의 양념갈비를 뜯은 은성집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야기를 싣고 갈 사람은 아직이다

방금 지나친 좌판에서 치즈토스트를 씹으며 맥스웰 커피를 비우던 남자일 수도 있고

맞은편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배를 피우는 남자일 수도 있다


여민 끈 사이 짧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주차구획선 안에 대기 중인 이야기는 공기를 앞서지 못한다


포장을 끄른 누군가가 이야기를 토렴하면

이야기를 배달한 사람의 손바닥에 표정 하나가 포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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