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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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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역할
Ap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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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과 수평,
두 개의 방향
만 허락된 선(線)들이
자기기만을 서두르는 아침
도시가 사멸의 방향으로 가지를 칠 때
입을 다문 성상이 하늘을 조립한다
수평과 수직을 벗어난 것들을 무찌르며
디딜 곳과 딛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 지으며
남자의 허리에
어젯밤 표정이 단단히 매달려있다
이야기가 실려있다
3만 원으로 하룻밤을 지낸 파라다이스 모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수다스러운 노모와 23만 원어치의 양념갈비를 뜯은 은성집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야기를 싣고 갈 사람은 아직이다
방금 지나친 좌판에서 치즈토스트를 씹으며 맥스웰 커피를 비우던 남자일 수도 있고
맞은편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배를 피우는 남자일 수도 있다
여민 끈 사이 짧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주차구획선 안에 대기 중인 이야기는 공기를 앞서지 못한다
포장을 끄른 누군가가 이야기를 토렴하면
이야기를 배달한 사람의 손바닥에 표정 하나가 포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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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사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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