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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그림자를 닦는다

by 너무 다른 역할


한 남자가 그림자를 닦는다

주위의 직선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서 새어나간 곡선을 공들여 닦는다


분루 속에서 탈색돼 가던 한 덩이의 그림자가

그의 움직임 아래에서

오늘 하루, 형태를 연명한다


그림자의 포식성을 두려워하던 때가 있었다

나의 세상 전체가 그림자의 윤곽선 안으로

구겨 넣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한 남자가 그림자를 떠난다

종주먹을 쥐었지만 무엇도 희롱하지 않은 채

정량(定量)의 어둠을, 걸음마다 버리고 있다


뒤에서 바라본 그에게선

불필요한 이음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떨군 그림자마다 습기가 마른다

자신의 지층을 쌓으려던 남자가

종로5가역 7번 출구로 올라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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