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을 겪는 안경

신호를 기다린다

예외 속에 있지 않아 다행이다

버린 마음이 녹슬기 전에

불이 들어와야 할 텐데

뒷걸음질을 숨겨놓은 바퀴들이

검은 머리 풀어 뿌리내리기 위해

아스팔트 틈을 노리고 있다

푸른 점멸이 끝내 절멸한다

재건축 공사장 먼지가

시골의 하천에 몸을 풀듯

기척이 사라진다

안경은 어제도 잠을 미뤘다

보아야 할 것들이 경계를 뚫지 못하는 사이

굴절되지 않는 점들이 밀어닥쳤다

머무르지 않는 것들 사이에

걸러내야 할 것들이 무수했다

불면의 표면에 주저앉은 눈물자국 사이로

뿌옇게 흩날리는 밤의 언어들

호호 불며 귓속으로 밀어 넣었던 탄력이 빛을 먹어댄다

정방형의 신발을 노려보던 아이가 길을 건넌다

저지대로 흘러내린 모음이 기지개를 켠다

불면이 흘러내린 안경에

푸른 김이 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