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상황에서건 대답하기 싫을 때는, 대답하지 않는
왜 대답 안 하냐는 채근에, 그냥 살짝 웃어주는
같이 밥 먹으러 가기 귀찮을 때, 혼자 먼저 쓱 사라지는
확신에 찬 (하지만 뻔한) 조언에, 미간을 찌푸리는
기계적인 맞장구가 바보 같아 보일 때, 고개를 그만 끄덕이는
같잖은 자랑질에, 말없이 술잔을 들이켤
가는 게 별 의미 없는 결혼식에, 가지 않아도 죄책감이 없는
하찮은 취향 강요에, 침묵으로 응대하는
성실과 발전을 종용하는 무책임한 세상에, 조용히 비웃음을 날리는
그런 프라이빗, 을 만들어내는 일.
주말 오후 대충 차린 밥을 앞에 두고 20년 전 영화를 다시 트는
빨아야지 빨아야지 하다가 결국 빨지 않은 추리닝을 입고 편의점에 뛰어갔다 오는
몇 시간씩 소파에 누워 쇼핑몰 장바구니를 격한 흥분으로 채웠다 비우는
남들은 이해 못하는 앵글로 가득한 나의 사진들에 감탄하는
실제라면 썸은 엄두도 못 낼 사람의 이름을 몰래 끄적여보는
그렇게, 남들에게 집계되지 않는 행복지수를 나 혼자 소중히 여기는
그런 프라이빗, 을 잃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