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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작은 세기

by 너무 다른 역할

눈으로 향하지 못한 것들은 늘 젖는다


그 초라한 비물리 아래

놓인 것들이 놓여 있다


본 적 없는 언어로 쓰인 책의 가격을

산정하는 서점의 주인이나


채광 따윈 신경쓰지 않은 건축설계사처럼


그렇게 지나가는 나의 작은 세기(世紀)


몰래 들어간 구름의 뒷마당에 선을 긋자

비열한 표정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애인들과 별 거 아닌 일들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작은 창들을 닫는 아침


소설의 책장에서 풀려난 솜이불이

볕의 냄새를 맡고 몸을 불린다


모래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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