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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화일
성지를 남기지 않기
#불면에 대항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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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역할
Jul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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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시달리다가 깬 새벽,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성지(聖地)가 너무 많았구나.
귀찮아지는 게 두려워 언급조차 꺼리는 게 왜 이리 많은지,
존중하는 척해야 할 것들은 왜 그렇게 넘치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기준을 왜 혼자서 부여잡고 있는지,
왜 그렇게 스스로를 못살게 굴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지......
나 혼자 조심스러워해도 경박한 인간들은 스스로 참지 못할 텐데
내가 기를 쓰고 막아도 드러날 억지는 결국 드러날 텐데
가뜩이나 좁아터진 내 머릿속에,
난 왜 쓸데없는 성지들을 만들고 있었을까.
마음 편히 들어가 드러누울 수도
은밀한 기대를 심을 수도 없는 그 불모지를,
왜 혼자 넓히고 있었을까.
이제부터 의식적으로,
발 디딜 곳 찾느라 땅만 보고 걷지 않기
해야 할 말이 생각났을 때 얼른 입밖에 내기
착한 표정을 짓고 싶은 순간에 억지로
얼굴 일그러뜨리기
나중에 생각하자고 보류하고 싶을 때 비합리적인 억지를 부리기
불필요한 성스러움을 적당한 상스러움으로 대체하기
그렇게 내 안에,
성지를 남기지 않기.
keyword
불면
자존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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