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다, 아무렇게나.
장면이 몇 개 떠오른다. 제각기 다른 시절이다.
너는 한 장면에 등장했다가 다시 다른 장면으로 옮겨간다.
도대체, 어느 구절에 니가 숨어 있었을까.
서툰 연애를 한 기억이 없다.
서툴렀다고 하면 그 시절이 안타까워진다.
서툰 연애를 한 상대에게 미안함이 남는다.
짧건 길건, 강렬하건 아니건
모든 연애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다.
언제나 새롭기에 충분히 인정받아야 할, 하나의 새로운 계(界)이다.
서툴지 않았기에,
서로에게 한 모든 말들이 새로울 수 있었고
같이 간 모든 장소가 기억에 남을 수 있었다.
서툰 연애가 아니었기에,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고 고민할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낯선 문장으로, 니가 다시 숨는다.
연애가 끝난 후의 서툴렀던 모습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