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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Mar 01. 2021

걸음의 일

걸음의 일을 대신한다


세계를 밀어내고 세계에 당도한다

하나를 버리고 하나에 매달린다


뒤를 돌아봐선 안돼

남겨진 것들은 습성을 갖고 있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분진 한가운데 헤프게 눈을 감는다


어느 부분을 취해야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어느 부분을 받아들여야 취할 수 있는 걸까


흩날리는 하늘을 붙잡아 정사각형 타일로 잘라낸다

그렇게 보폭마다 깔린 주저


구름에 젖은 발로는

어느 구석에라도 숨을 수 있어


하늘에 쓰린 걸음이 걸음 안으로 달아난다

걸음의 일을 모른 척한다


내내 같은 너비로 걷고 있었다


한 폭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을 채우지 않았음을

빈 너비만큼 너의 지표면이 가라앉고 있었음을

알아버린다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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