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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Mar 13. 2021

어느 해의 북극이었을 것이다

너는 어느 해의 북극이었을 것이다


설원의 망막에 새겨진 이름을

훔쳐 태어난


북극을 떠나지 못하는 바람에게선

사람을 피한 색이 흘러나온다고


다른 해를 살다 온 노인이 말했다


자신의 잘린 꼬리를 끌고 가는

어느 동물의 발자국이

그의 파란 눈에 고스란히 얼어있었다


깎아지른 너의 잠꼬대에서

북극의 주소를 엿듣는다


깨진 얼음 아래에서 자란 너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한쪽으로 넘겨놓고 안심한다


그 해의 기억을 가진 손을 잡는다

온기의 이름을 옮겨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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