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비가 찬다
넘친 빗소리가 틈으로 스며들고서야 창을 연다
창을 열고서야 문을 연다
공기가 얇게 요동하며 온 몸을 뒤덮는다
비가 온다는 건 하나의 구술이다
하늘색이 다른 지방에서 일어난 일을
차곡차곡 머금던 구름이
더이상 자신의 회색을 감당하기 싫을 때
하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게
비는 스스로 한 종류의 이야기가 되고
그렇게
봄의 비는 숨기는 기색을 갖지 않는다
다른 방향의 깃을 가진 새들이
습기 사이로 울음을 끼워넣는다
그건 새가 자신의 생애를 다듬는 방법이다
이런 날 새는 목을 재우고 부리로 운다
봄의 비가 정색을 한다
뒤덮인 풍경에
먼 곳에서 온 이야기의 배후가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