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
언제부터인가 에어프라이어가 전자레인지만큼 필수가전이 되어버렸다.
‘기름 말고 공기로 튀긴다.‘
라는 신박한 광고문구에 혹해서, 바스켓형 작은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한 게 5-6년 전쯤 된 것 같다. 내 살림 목록에 처음으로 ‘에어프라이어’가 등장한 것이다.
기름 없이 돈까스, 만두를 튀겨보고, 어묵도 튀겨보며 느낀 놀라움이 크다 보니 다소 건조하고 퍽퍽한 식감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었다.
사용빈도가 높아지자 크기가 아쉬웠다.
조금 큰 에프가 있다면 닭도 구워 먹을 수 있을 텐데 싶었고, 마침 그 무렵 사용 중이던 바스켓형 에프가 고장이나 오븐형 에프를 새로 샀다.
두 번째 에프는 정말이지 후회가 없을 만큼 잘 써먹었다. 너무 잘 써먹어 그런지, 2년 만에 고장이 났다. 또 새로 사야 했다. 그 사이 제품 성능은 점점 좋아져서 작은 컨벡션오븐 기능까지 갖춘 에프들도 많이 보였다.
오븐기능이 있으면서 사이즈도 크고 디자인도 예쁘며 후기도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몇 날며칠 손품을 팔았다. 마침내, ‘이거다!‘ C 브랜드의 은색 모델이 맘에 들었다.
근데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예산이다.
에프에 편성된 예산은 15만 원이었는데, 최신형이 아닌 이전 모델도 17-8만 원은 했다. 아쉬운 대로 유사한 디자인과 기능의 O 브랜드 제품을 구입했다. 마음 한켠에 살짝 찜찜함이 남았지만, 예산은 중요한 문제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배송받아 연마제를 닦아내고 시운전을 하는데, 타이머가 작동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해봐도 되지 않아 에프를 다시 포장해 반품처리했다.
그리고 원래 원하던 C사 제품 중 반품상품을 15만 원 이하에 구입했다. 반품상품임에도 큰 하자가 없는 등급으로 샀기에 후회가 없었다.
등갈비, 만두, 돈까스 등의 간단한 조리부터 각종 베이킹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잘 써먹고 있다.
사용할 때마다 만족스럽고, 관리도 열심히 해 준다.
오래도록 지금처럼 쓰고 싶은 맘에서 더 아끼게 된다.
문득, ‘중간에 샀던 O사 제품이 고장 나지 않았더라면, 그 제품도 지금처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갖고 싶은 그 제품, 딱 그 모델을 사기 전 까지는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아 쇼핑이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 찜찜함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옷이나 가방, 장신구, 그릇 등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야만 그 물건이 온전히 내 것 같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경험이 느는 만큼
호불호도 명확해져 가고,
’호’들만 모아 ‘취향‘이라는 카테고리로 묶게 된다.
취향은 어떤 사람을 표현해주기도 하지만, 명확한 취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과 같은 뜻이기도 하니, 너무 ’ 내 취향‘, ‘내 스타일’을 늘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까탈스러운 할머니‘보다는 ’둥글둥글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잘 웃는 할머니‘가 나름의 ‘추구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