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셀프서비스

by 까까멜리아


아이와 쌓인 눈에서 놀며

낭만을 떠올린 다음날 새벽,


“드륵, 드륵, 드르륵”


무언가 둔탁한 물건으로

바닥 긁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크고 규칙적인 이 소음이 지속되어

창 밖을 봤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륵, 드륵, 드르륵”


20여분 이어진 끝에 소음이 멈췄다.


‘뭐지?’


마당 밖을 나선 후에야

아침 내내 났던 소리의 정체를 알게 됐다.






넉가래로 눈 치우는 소리였다.


넉가래는 플라스틱 거대한 삽 모양의 기구로

원래 용도는 모르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눈 치울 때 주로 쓰인다.


‘넉가래’라는 이름도 그제야 겨우 알았으니

집에 그런 도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


급한 대로 아파트 살 때 베란다 청소용으로 사뒀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와

늦었지만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동네 분이 관리사무소에 가면

사무실에서 안쓰실 때 잠깐씩

빌릴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넉가래를 빌려와

집 앞 눈을 밀어 치웠다.


내 집 앞 길에 쌓인 눈은

내가 치워야 하는 거였다.


아파트 살 때는 관리사무소, 경비아저씨가

모두 해주던 일이라 몰랐던 것이다.


그거 20분 했다고 등에서 땀이 났다.


남편에게 깨끗이 치워진 길을

엄지 척 사진과 함께 찍어 전송하고

아래 이런 코멘트를 달았다.


오. 운. 완 b!


다음날도, 그다음 날에도,

며칠 잠잠하다

그다음 주에도 눈은 종종 왔고

2월까지 계속 내렸다.


예전엔 눈이 며칠이나 오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이젠 밤새 눈이 얼마나 오는지를 체크해야 했다.


우리 집 앞에 차들이 지나가기 전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기 전에 치워야 한다.


안전상의 문제도 있지만

차가 한번 지나가면

타이어에 눌린 눈은 안 쓸린다.


날이 따뜻해진다면

낮에 그 눈이 녹을테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강추위가 계속되는 기간 동안

눌려 못 치운 그 눈은 얼음덩어리가 된다.

얼음덩어리 위에 쌓인 눈은 더 위험하다.


임산부인 나를 대신해

남편이 출근 전 눈을 치우려 노력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남편 출근시간 전에만 내리는 게 아니었다.


내가 치워야 하는 날도 늘자,

넉가래를 번번이 빌리러 가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빗자루로 치우는 건 힘들어서

철물점에서 넉가래를 하나 사 왔다.


이게 뭐라고 기뻤다.


겨울철 주택살이 머스트 해브 아이템,

‘넉가래’가 우리 집에 들어온 후

눈 치우기는 한결 수월해졌다.


내 집 현관문 밖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돈해 본 일은

처음이었다.



‘분식집 물 처럼,

주택살이에도 셀프가 있구나!‘



그러나 셀프서비스는

눈 치우기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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