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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까멜리아 Oct 06. 2023

10월 5일 목요일

춥다 추워

어제 비가 한바탕 쏟아지더니만

오늘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패딩조끼를 꺼내 입었다.


아침엔 그런대로 컨디션이 괜찮아서 아이들 챙겨

데려다주고,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커피도 한 잔

사 들고 집으로 왔다:

아침은 커피에 구운 계란이다.


몸이 조금 나아지니 주변이 보였다.

바닥청소를 못한 지 좀 돼서, 엉망이다.


정전기청소포로 쓱 쓱 치웠다. 치우고 돌아보니

건조기가 토한 듯 마른빨래가 건조기에서 앞

바구니까지 주르륵 연결되어 있기에 모두 가져다

잘 개서 정리했다.


이어 아이들 아침 먹은 설거지도 하고, 내 점심도

만들어 먹었다. 점심은 훈제오리와 김치찌개.

엄마가 주신 김치제육이 많이 남아서 물을 붓고

간을 좀 한 뒤 두부를 썰어 넣어 완성했다.


점심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 다시 무릎이 아팠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서서 있었나 보다. 분명 어제

병원에서는 그렇게 걷고 대기해도 괜찮았는데

집안일 조금 했다고 아픈 이 상황은…


그냥 집안일하기 싫어증인건가?

집에 수맥이 흐르나… 왜이런거여…


암튼, 약 용량을 올리고 조금 나아졌다고 또 꼼지락 사부작거려 그런가 보다 하고, 픽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최대한 다리를 펴고 쉬었지만 여전히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를 한꺼번에 픽업하고 돌아오며

빵집에 들러 아이에게 카드를 쥐어줬다.


“먹고 싶은 빵으로 골라 담아와. 만원 이내로~“


아이는 신나게 차에서 내렸고 잠시 후 문자가 왔다.


’ 00 빵집 9,900원‘


”올~ 대단한데?! 아주 딱 맞췄어!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산 거야? “

하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숫자로 더하기 시키면 안 할 거라고 묻지 말라며

그렇게 싫어하더니 이런 계산은 빨리 되는구나.

그래,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계산되면 된 거지 뭐.


집에 돌아와 주차를 하고 나니 무사히 아이들과

귀가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게 뭐라고…


그러나 아직 저녁 식사가 남았지.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 저녁메뉴는 떡갈비구이다.

레토르트지만 평이 좋은 제품으로 골라서

약불에서 한~~~ 참을 익히고 뒤집어가며 구웠다.


아이들 반응이 좋다! 나이스!


남편 저녁메뉴도 떡갈비에 낮에 끓여둔 김치찌개.


다 준비해서 먹이고나니 오늘도 영 입맛이 없다.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오트밀크 한 팩으로 저녁 끝.


며칠 동안 저녁을 우유나 오트밀크로 대체하거나,

예전 같았으면 맛보는 수준만큼만 먹었지만 특별히

큰 허기짐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음식을 얼마나

많이 매일같이 먹어온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동안 우리 집은 엥겔지수가 어마어마했다.


매일같이 식탁에 오르던 고기메뉴들은 한 끼에

한 근은 우습게 없어졌고, 우유는 일주일에 5-6리터

정도를 먹었다. 간식으로 사 둔 씨리얼도, 큰 봉지

하나가 평균 일주일쯤 갔다. 여기에 과자나 쿠키, 빵,

소시지와 에너지바, 조각케이크 따위는 플러스알파

였고, 논알콜맥주도 매일 한 캔씩 먹었다.

아! 탄산수는 박스채 사다 두고 마셨다.

외출할 때 한 병, 심심할 때 한 병, 그렇게 마셨다.


돌이켜보니 그 많은 양을 다 먹고 소화시킨 것도

대단했구나 싶다. 이렇게 먹어대면서도

‘나는 그리 많이 먹지 않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

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객관화가 참 안 되는 인간이다.


처음 식습관 개선의 목표는 몸에 해로운 식품을

걷어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양질의 음식을

적정량만 먹는 것을 몸에 익히고 있다.

이런 생활을 하니 윗배와 아랫배가 많이 들어갔다.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 게 아니라 몰랐는데 쌀쌀해진

오늘 아침, 지난봄에 넣어 둔 청바지를 입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 이 바지 이제 안끼네?’


운동 가는 남편 잘 다녀오라고 안아주는데

남편도 내 몸통이 좀 줄어든 것 같단다.


이번참에 남편도 나도 체중을 많이 줄여보자고

으쌰으쌰 서로 응원했다.


너무 오랜 시간, 처음 시작부터 생각하면 한 달

가까이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그간 내가 놓쳤던, 외면했던 수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쯤 나아질까 조급하고 우울한 마음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문득문득 무서운

생각도 들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번일을

계기로 푹 쉬며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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