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 독서

커피하우스

정다겸, 송재정 / 양문

by 정작가

SBS 월화드라마 <커피하우스>의 원작 소설이다. 드라마를 몇 번 봤는데 바리스타 강승연 역을 맡았던 여배우의 귀여운 캐릭터와 발랄한 연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원작소설의 내용은 어떨까 하는 가벼운 의문이 이 소설을 읽게 했다. 우선 기성작가들의 문체와는 다른 감성적인 문체가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 귀여니의 소설처럼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로 제작된 원작소설답게 대화체로 기술된 내용은 받아들이기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 산업의 각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기법을 체험하고, 그것이 어떻게 드라마에서 보이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런 식의 문체는 기성작가들의 정제되고, 현학적인 문체보다 독자를 강하게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현세태에서 귀여니의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이 소설을 바라본다면 소설이 지면이라는 매체를 벗어나 영상매체의 일부로 자리 잡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물론 이 소설에서도 교훈은 있고, 기본적인 소설의 틀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소설류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미디어의 확장성이다.


모든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소설자체가 스토리텔링이긴 하지만 영상매체에서 다룰 수 있는 소설의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설도 미디어의 발전에 동화되지 않고서는 그 파급력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시리즈는 소설뿐만이 아니라 영화, 게임, 캐릭터산업 등으로 확장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젠 스토리텔링도 산업의 일부가 되어버린 시대이다. 작가들이 원고지를 벗어나 블로그, 트위터를 통해 소통의 장을 확대하는 이유도 더 이상 기존의 문학이 지면이라는 한 매체에 머물 수만은 없게 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위 감성 영상소설로 분류되는 이런 소설이 주목받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상의 질서에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천재 소설가 진수와 어리바리한 바리스타 승연과의 조우. 작가와 비서라는 독특한 관계설정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인간이 어떤 식으로 부딪히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지 그 전개과정이 흥미롭다. 이성과 감성의 만남. 소설 '커피하우스'에서는 이런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한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적인 관계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계이다. 마치 결벽주의자처럼 비치는 진수에 호감을 느끼는 승연의 모습 또한 어떤 면에서 보면 미련하고 우둔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인간적인 한계에 주목하지 않고, 이들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점들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안목에 있다. 그런 안목의 발현은 기다림과 인내라는 덕목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소설 '커피하우스'는 읽으면서 교훈과 감동보다는 재미를 준 작품이다. 또한 스토리텔링의 전개방식을 통해 드라마의 극본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문체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과 발랄함. 영상매체와 어울리는 소설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의문을 충족시켜 주었던 작품으로, 읽는 동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내게 준 의미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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