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적
극의 첫 장면은 지난 회차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 화장실 격투 신이 이어진다. 게임 지속에 대한 찬반을 두고 갈라진 O, X 팀의 대결은 사망자가 나오는 단계에까지 이르면서 더욱 격해진다.
이번 회차에서 <친구와 적>이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띤다. 일단 O, X 팀이 그럴 테고, 게임 참가자와 게임 진행요원도 일종의 친구와 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프론트맨의 정체를 숨기고 게임에 참가한 오영일 또한 친구와 적으로 대별될 수 있는 존재다. 게임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황준호를 도와주고 있는 선장 또한 한때는 친구였지만 적으로 그동안 숨겨두었던 정체를 드러낸다.
<친구와 적> 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성기훈이 기존 오징어게임의 룰을 깨고 일종의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태까지 게임 참가자들은 주어진 질서에 순응하여 오직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지만 성기훈은 이미 한 번 게임에 참가해서 우승했던 전력이 있었기에 오징어게임에 얼마나 무모한 게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기존의 질서를 깨고 게임 참가자들에게 반란을 종용하는 것은 일종의 또 다른 게임을 실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여기서 오영일이라는 내부의 적이 동료라는 이름으로 반란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새로운 게임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성기훈의 예상처럼 취침 시간이 되어 불이 꺼진 후, O, X팀의 혈투는 현실이 된다. 한 명이라도 죽여야 상금 액수가 상승되고 이튿날 게임 진행을 위한 투표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기에 이들의 대결은 죽음을 건 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한편 이를 지켜보면, 오징어게임 진행 측에서 이런 결투가 일정 부분 묵인되기도 하지만 게임 진행을 위해서 게임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속성을 알고 있는 성기훈은 그런 과정에서 진행 요원들의 총기를 탈취하여 반란 의지를 현실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 즈음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오영일이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이들과 함께 오히려 진행 요원들과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간다는 사실이다.
게임 진행 요원들과 대치 상황에서도 오영일은 연기를 통해 게임 참가자들과 한 편임을 인식시키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그는 결국 프론트맨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 성기훈의 친구인 정배를 살해한다. 무력하게 친구의 주검을 바라보며 성기훈이 오열하는 장면은 그동안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면서 무수히 많은 죽음을 목도했고, 이런 게임을 종식시키려고 했던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지 못한 것에 대한 탄식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