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장하준,최재붕,홍기빈,김누리,김경일, 정관용 / 인플루엔셜

by 정작가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이 기획한 <코로나 사피엔스>는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 시기에 발간된 책이다. 그동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는 신종 코로나에 비해 감염 빈도와 발생자 수, 사망자 수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적었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맹렬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 책의 부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문명의 대전환 시기에 이르렀다는 표현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에 발맞추어 <코로나 사피엔스>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생각하는 미래상은 어떤 것인지 인터뷰 형식으로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특임교수이자 시사평론가인 정관용 교수가 6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석학들과의 인터뷰라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코로나 사피엔스>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술술 읽힌다.


첫 인터뷰이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다. <개미제국의 발견>, <다윈 지능>, <통섭의 식탁>, <과학자의 서재> 등의 저서로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최재천 교수는 그동안 자연을 관찰해 온 생태학자답게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대안으로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이라는 묘약을 제안한다. 이를 요약한다면 ‘자연과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표현할 수 있겠다. 바이러스의 발생이 자연과의 적절한 거리 두기에 실패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 최재천 교수는 이런 행동교정을 통해 인류가 바이러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진 장하준 교수는 앞으로 1929년의 대공황과 같은 현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에 돈을 풀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장하준 교수는 성장 중심주의의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생명, 공공, 복지가 중심이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받아들이라는 충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다.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 혁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인류의 문명이 디지털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미 코로나19를 통해 비대면 세상이 성큼 다가온 현실을 인식하고,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문명의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최재붕 교수의 주장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코로나를 과거의 흑사병에 비견하며, 이후 문명 전체가 바뀐다고 경고한다. 그 근거로 지난 40년 동안을 지탱해 온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 시장화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진단한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미래를 위한 3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회적 방역 시스템 구축, 고용 안정, 소비가 미덕인 시대의 종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결단’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저자로도 알려진 김누리 교수는 야수자본주의에 안녕을 고하라고 직언한다. 지금 필요한 건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라고 일갈하고 있는 김누리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결함을 극복하고 프레임의 전환을 통해 탈 미국화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이는 기존의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인간화한 자본주의의 모델인 북유럽의 복지 모델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거대한 인식의 전환, 패러다임 전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실력 위주의 수월성 사고에서 벗어나 존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전체적 대응 모델, 미국의 자유방임적 대응 모델, 일본의 관료주의적 대응 모델을 지양하고 코로나 위기에 대처한 한국 민주주의적 대응 모델을 통해 사회 개혁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창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재난 자본주의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자본친화적 조치가 재난 자본주의의 악폐가 재현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어쩌다 어른>, <세바시>, <책 읽어드립니다>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다. 창의력연구센터장을 지낸 이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경일 교수의 코로나 시대의 대응전략은 참신하다. 우선 사실과 진실에 대한 개념 구분으로 접근하여, 현재의 상황이 불안한 건지 분노에 가득 찬 상황인지 점검해 보라고 한다.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라고 한다. 현재의 상황은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상황이니 정확한 사실의 어법으로 현 상황에 대처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정부의 코로나 확진자 통계나 백신수급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원트’가 아닌 나만의 ‘라이크’를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핵심이다. 고로 앞으로의 경쟁력은 ‘적정한 행복’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문명의 대전환이 임박한 시기에 6명의 석학들이 주장하는 신인류의 미래는 각양각색이다. 곰곰이 살펴보면 모두들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여태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식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과 인간이 거리를 두어야 하고, 금융 중심의 성장보다는 고용과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위기를 끝내야 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인 이상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이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인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코로나 사피엔스>가 주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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