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택트

김용섭 / 퍼블리온

by 정작가


코로나19 사태로 한창 세상이 어수선한 시기에 한 권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태껏 경험한 적이 없었던 비대면이란 키워드로 우리 사회에 센세이셔널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바로 <언컨택트>다. 흔히 컨택트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점원과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 새로운 소비성향을 일컫는 언택트란 말이 통용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contact의 반대어인 uncontact 란 단어를 선택했다.


저자는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소장이며 트렌드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과 정부기관 등에서 2,000회 이상의 강연과 비즈니스 워크숍을 수행했고, 각종 언론사에서 방송 등에 참여했으며 다수 기업들을 위한 자문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이런 분야의 전문가답게 ‘언컨택트’라는 키워드를 통해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선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두 페이지가 키워드를 감싸는 사각형 박스로 도배가 되어있다. 빅데이터, 비대면 진료, 양극화 현실, 가상현실, 회식의 종말, 디지털 노마드, 빅브라더, 통제와 감시, 대학의 위기, 초연결 사회, 에듀테크 등 언컨택트와 관련된 단어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변화에 직면할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저자의 첫 언급처럼 우리는 언컨택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비대면, 비접촉 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언컨택트는 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로서 각광받고 있는 키워드다.


저자는 말한다. 언컨택트는 소비 방식만이 아니라 유통 산업, 기업의 일하는 방식은 물론 종교, 정치, 연애, 의식주,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까지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요지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한다. 올 초부터 발생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된 불안과 위험을 목도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언컨택트라는 트렌드를 분석해 보고자 하는 분석가의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의도치 않은 강제 휴가를 맞게 된 것이 이 책의 집필 동기라고 하니 더욱 신뢰감이 간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바로 일상, 비즈니스,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에 대해 다룬다. 각 파트별 제목을 보면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불안감이 성욕을 이길 수 있을까?

- 왜 독일 내무 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악수를 거절했을까?

- 구내식당도 바뀌는데 회식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 재택근무 확산의 우연한 계기

- 쇼핑에서의 언컨택트: 고객과 마주치지 마라

- 드라이브 스루의 진화: 진료소에서 장례식까지

- 느슨한 연대와 언컨택트 사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 종교와 언컨택트: 스님과 신부님이 유튜버가 되어야 하는 걸까?

- 양극화와 디스토피아: 언컨택트가 우리에게 던진 고민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파트의 첫 장을 넘겨보면 흥미로운 사진이 있다. 바로 2020년 2월 20일 필리핀의 한 합동결혼식에서의 마스크 키스 장면이다. 말 그대로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마스크를 쓴 채 키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주 낯선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 이런 시대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뒷 장을 넘겨보면 이와 비슷한 장면을 재연해 놓은 예술품이 있다. 바로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라는 회화 작품인데 하얀 두건을 뒤집어쓴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작품의 탄생연도가 1928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예술가의 놀라운 선구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책은 언컨택트 한 다양한 사례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트렌드에 부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집필 시 참고문헌은 온오프라인의 언론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비교적 최신의 정보와 부합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전혀 낯선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언젠가 인터넷 언론사에서 보았던 내용의 기사가 인용된 것도 볼 수 있다.


언컨택트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동안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트렌드로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던 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속도로 확산된 것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전 세계는 이 언컨택트라는 티핑포인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 티핑 포인트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말은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본문인용


“차단하고 접속하라!”


이 말이 어쩌면 언컨택트 시대를 가장 명료하게 표현해 주는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일상의 삶 속에서 스며들어 라이프 스타일의 거대한 진화를 예고한다는 것이 책이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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