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토 히로유키 / 밀리언서재
자신을 내려놓고 산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상주의자, 완벽주의자,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우등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옥죄고 살다 보면 늘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불만족스러운 느낌을 갖게 된다. 우리는 곧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타인에게는 관대하게’라는 잣대를 가지고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완벽한 존재로 탈바꿈시키려는 무모한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자체로서 불완전한 존재일뿐더러 욕심도 많고, 이기적이고 때론 악의적이기도 하며 열등생인 데다가 시기와 질투심도 많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런 불완전한 요인들이 인간 스스로를 배움으로 이끌고, 겸손이라는 덕목으로 유인하며 성찰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도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동물들과 똑같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극복하며 새로운 인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사고와 인지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준 것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는 인간을 완벽한 존재로 착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류를 정정하라고 외친다. 이 책을 보면 세상의 중심에서 ‘나’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내 마음 들여다보기,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기, 나를 사랑하는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엮인 각 장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각 장의 소제목으로 정한 내용들을 보면 더욱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예리하게 벼릴 수 있다.
내 삶의 중심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나는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내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 한다
마음의 틈을 만들어 행복을 채운다
우리는 곧잘 나보다는 타인을 우위에 두라는 사회적인 습속에 길들여진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가톨릭에서 유행했던 ‘내 탓이요’ 운동은 신앙적인 가치로 보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숭고한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살펴보면 오로지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한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로 비칠 수도 있다. 무조건 남 탓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경중을 살펴 객관적으로 현실 인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주어진 사안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중심을 ‘나’로 규정하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 가장 나답게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부제는 이 책의 핵심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휩쓸고 있는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성과중심의 능력사회를 지향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개인과 가정,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는 괴리된 방식으로 흘러갔던 것이 사실이다. 한병철의 <심리정치>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통치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스스로를 옥죄며 성과 지향사회에 매몰되어 가는 ‘자발적인 안간힘’으로 대표되는 현대인들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이 책의 저자인 네모토 히로유키는 2000년부터 전문상담사로서 1만 5천 건이 넘는 심리 상담을 진행했던 베테랑 상담사다. 온·오프라인으로 연간 100건 이상의 강연을 열고 있는 저자는 대표작으로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나를 괴롭히는 자책감이 사라지는 책>, <소심한 심리학> 등의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저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물음을 던지고 답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나에게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이 질문과 대답을 고찰해 보면, 열심히 산다는 것과 행복과는 그리 긴밀한 관계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남들에게 해줬던 배려와 응원의 말들을 이젠 자신에게 해보라고.
“그동안 열심히 했잖아. 좀 쉬어도 돼”
“네가 잘했기 때문에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어.”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최선을 다했잖아.”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각 장의 꼭지별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여태까지 자신에게 명확하게 답할 수 없었던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그런 대답을 찾는 여정은 결국 나를 내려놓는 과정이 될 터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한껏 좋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저자의 바람대로 이 한 권의 책은 치유를 위한 텍스트로서 그 존재감을 여지없이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몇 개의 질문에 답해보자.
- 당신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관대한 편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상에서 자신의 ‘기준’이나 은연중에 따르고 있는 ‘암묵적 규칙’이 있는지 의식적으로 찾아보세요.
- 스스로 세운 엄격한 잣대로 심하게 자책한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세요. 그것이 친구의 일이었다면 당신은 어떤 말을 건넸을까요?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생각을 객관적으로 의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나를 내려놓기 위한 행동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라면 이 목차에 언급한 것만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저자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일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지 마라
-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된다
-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라
- 가끔은 게을러도 괜찮아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하라
- 나만의 속도로 달려라
이 책에서 시선이 확 가는 부분은 책의 말미에 수록된 부록이다. ‘마음이 건강해지는 원망 노트’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이 부록에서는 원망 노트를 쓰고 처분하는 방법을 통해 평소 분노를 표현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에서 주창하는 메시지는 명징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주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인생을 이끌어가고,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거나 스스로를 옥죄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남들에게 위로하는 것처럼 자신을 위로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나를 내려놓는 순간, 행복이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