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수 / 시대의창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 선전 문구만으로도 주눅이 든다. 마르크스니 자본론이니 하는 것들이 사회주의자들에게서나 나올법한 말들이기 때문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한때 금서목록으로 취급될 만큼 위험한 서적으로 분류되었던 마르크스의 저작을 쉽게 풀이한 책 중의 하나이다. 저자가 주창한 대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원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작 원저에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다루는 것이라 못 박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본론》이라는 것이 무엇이 길래 이토록 많은 논란거리를 야기하는 것일까? 이 책을 풀어쓴 저자가 책의 부록으로 넣어둔 동영상 CD에서도 밝힌 것처럼 그건 다름 아닌 대중의 편견 혹은 선입관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분법적인 논리에 기초한 배타 주의적 사고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이런 흑백논리로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힘들다. 유연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론》은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책이다. 그런 만큼 생경한 단어들도 종종 발견되는 데 대략 이런 것들이다. 절대적 잉여가치, 상대적 잉여가치, 이윤율과 착취율, 단순 재생산, 확대 재생산...... 이런 단어들은 마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나오는 정언명령이니 가언명령이니 하는 것들만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마르크스의 저작만큼 통찰력 있게 풀어놓은 책도 없다 하니 좀 어렵더라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통해 대략적으로나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여길 수밖에.
이 책이 《자본론》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일반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데 그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장이 있다. 저자가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定義)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받은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돈이 중심인 사회
- 약육강식의 사회
-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회
- 돈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
- 부익부빈익빈의 사회
- 돈으로 가치를 계산하는 사회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긍정적인 답변보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많다. 우리가 사는 경제체제가 그만큼 많은 모순과 갈등의 원인을 담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듯싶다. 이런 정의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것들인 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은 우리의 의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책의 제목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고 하지만 막상 읽어보고 난 뒤의 감상평으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물론 책을 읽은 사람의 수준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원숭이가 이해할 만큼 그리 쉬운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워낙 어려운 고전을 풀이한 책이라 그런지 한두 번 읽어가지고는 개념조차 잡기 힘들 지경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서 남는 구절이 있다면 ‘상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정도랄까? 이것도 심층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니 그 뒤로 나오는 생경한 단어는 감히 접근하기 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생각해 봅시다’라는 코너에서 장별로 생각할 요점을 정리해 놓고, 그에 대한 접근을 통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난해한 이론을 곱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도를 향상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줄 뿐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세상에 내놓은 지도 100년이 넘었지만 그 당시 고찰했던 자본주의 모순이 아직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유효한 문제로 남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의 주체가 되는 자본가들의 영향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시대에서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이유도 크다.
2008년 찾아온 세계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공룡으로 변해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실상과 모순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 있고, 나아가 ‘베네수엘라의 21세기 혁명’이라는 장을 통해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다양한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텍스트라고 평할만하다.
이 책을 통해 대략적으로 《자본론》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어떤 것인지, 또 이런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대에 따라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던 《자본론》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이름으로 색깔을 바꿔 우리에게 다가온 것만으로도 우리는 나름 사상의 자유를 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체제의 모순을 직시하게 만드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대안을 찾는 일 또한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