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 더좋은책

by 정작가


인문학 전성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앎이, 가치가 그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런 시대에 인문학을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고른 책이다. 책을 산지는 오래되었지만 다소 읽기가 부담되는 두께 때문에서였는지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된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은 최근에 읽었던 김경집의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과 비슷한 구성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분야를 세분화해놓은 것에서 찾을 수 있고, <인문학은 밥이다>가 저자의 개성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을 정리해 놓은 것이라면 이 책은 보편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을 개괄한 책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기에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의 흐름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배치한 구성이 역력하다. 제목처럼 처음 인문학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라잡이로는 안성맞춤이다.


요즘 들어 부쩍 서점에 가보면 심리학과 관련된 책이 많다. 그런 흐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 책에서도 인문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심리학을 처음으로 배치했다. 심리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빌헬름 분트와 프로이트, 융과 같은 철학자가 등장하고, 행동주의, 게슈탈트, 인지심리학 등의 계파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꿈의 해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잠재몽, 발현몽, 방어기제로서 억압, 부정, 퇴화, 전치, 투사, 합리화, 퇴행 등 다소 생경한 용어들은 다소 낯선 이미지를 심어주지만 오히려 ‘낯설게 하기’ 차원에서 보면 호기심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회화 편에서는 다양한 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인상파의 대표화가인 모네를 비롯하여 마네, 세잔, 고갱, 고흐, 마티스, 클림트, 에곤 실레, 칸딘스키, 잭슨 폴록,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근대에서 현대를 대표하는 이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회화의 시대적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차원에서 본다면 신화는 이야기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신들과 인물들이 등장하여 엮어가는 그리스 신화는 모든 신화 중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올림포스 12 신의 가계도를 참고하여 각기 등장하는 개성만점의 신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삽화인 명화는 이들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적격이다.


역사 편에서는 서양 문화의 원류인 그리스와 지금도 이상 제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로마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암흑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중세, 근대의 상징적인 사건인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혁명의 발발, 제국주의 시대와 세계 대전, 냉전 시대를 다룬다.


철학은 현대 이전의 철학과 현대 철학을 나눠 다룬다. 인문학의 중심은 뭐라고 해도 철학인 만큼 다른 분야보다 지면을 할애한 저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글로벌 이슈 편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폐해, 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상황을 강대국의 팽창과 제국주의 시절부터 내려오던 역사적 원인에서 그 발화점을 찾는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은 요즘 들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심리학, 회화, 신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다. 특히 회화, 신화 편에서 제공하고 있는 값진 명화들은 예술 감상의 차원에서도 눈길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인문학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적인 가치가 주축을 이룬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예술에 대한 접근 또한 인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인 것은 확실하다. 인간의 고차원적인 행위를 예술이라 칭할 때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그런 것들을 포괄하는 학문이어야 마땅하다. 인문학을 좁은 의미에서 바라보자면 문학, 역사, 철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자가 문학을 제외하고, 심리학, 회화, 신화, 글로벌 이슈를 다룬 것은 인문학이라는 범주가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인식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문학은 얼마든지 범위를 확장하여 인간의 모든 가치를 다루는 학문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를 기본으로 하여 인문학의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면 ‘인문학이야말로 크리에이터의 첫 번째 스펙이다’라는 책의 홍보 문구처럼 이를 통해 자신의 창조력을 발산하는 동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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