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편지

송용구 / 평단문화사

by 정작가


동서양 인문고전 33선이 수록된 <인문학 편지>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인문 도서를 발굴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텍스트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철학과 사상, 사회와 역사, 문학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고전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논어》, 《맹자》, 《도덕경》 같은 책들은 동양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그 위세를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심도 있게 읽고 음미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 책에서도 고작 몇 페이지를 할애하여 책을 소개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책 제목처럼 가벼운 편지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고전을 대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구성은 단순히 동서양을 구분하거나 획일화된 잣대를 들어 명저를 구분해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자의 《도덕경》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나름의 유사성을 가진 텍스트라는 점에서 함께 연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 역사 분야로 시선을 옮겨가면 역사 연구의 대가를 만나게 된다. 에드워드 카와 아널드 토인비가 그들이다. 이들이 각각 쓴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의 연구》는 인류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연구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사성의 결합은 동일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 무리 지어지기도 하고, 한 주제를 두고 묶이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 권의 명저마다 ‘현대인에게 주는 ~의 편지’와 ‘인문학 명언’이 약방의 감초처럼 자리하고 있다. 소개하는 책의 핵심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수록한 것인데 한 권의 책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보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인문학 명언’은 그 자체만으로 진한 울림을 준다.


<인문학 편지>가 주는 의미는 가치 있는 인문고전의 목록을 입수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부록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인문학 명저’는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책의 목록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걱정할 것은 없다.〈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처럼 방대한 목록으로 기가 질리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한 권의 책 속에 33권의 명저를 수록하다 보니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인문 고전을 대할 수밖에 없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지속적으로 읽게 되는 이유는 고전의 목록이나마 무의식의 창고에 저장시키려는 안간힘이라고 해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역설적으로 이런 각성은 ‘단 한 권의 고전이라도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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