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 소나무

by 정작가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는 강력한 카피가 인상적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진석 교수는 이전에 TV에서 방영된 ‘WHO AM I’이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강연을 통해 대면한 바 있다. 히끗 히끗한 짧은 머리에 강렬한 눈빛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강연을 접하고 한동안 넋이 나간 적이 있다. 그 강연 내용이 담긴 책이 바로 <인간이 그리는 무늬>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주체적인 인간인 ‘나’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자신의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남의 기준 만을 쫓는 수동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닌 기준의 생산자가 되라는 일침은 마치 나 자신에 대한 통렬한 비판처럼 들린다. ‘우리’라는 가치를 위해 ‘나’라는 가치를 희생하는 누를 범하지 않고 살아가라는 충고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전복시킬 만큼 강렬하기까지 하다.


책을 보면 그동안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오면서 자신을 희생했던 행위가 숭고한 것이 아닌 주체성을 상실하고 종적인 삶에 기댄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들을 보면 하나 같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배치되는 것이 많다. ‘우리’ 보다는 ‘나’를, 겸손보다는 버릇없음을, 지식보다는 사건을, 욕망을 절제할 대상이 아닌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가 하면 멘토를 죽이라고도 한다. 그런 한편 인문학은 낯설고, 저돌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 책은 한마디로 욕망의 발현에 대한 가치를 설파한다. 그래서 이성보다는 욕망으로, 보편에서 개별로 회귀하라는 주장은 마치 칸트의 정언명령처럼 들리기도 한다. 욕망을 욕망하라는 언설은 어찌 보면 이 책의 핵심 주제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주창하는 것은 바로 ‘나’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인문학적 통찰은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알아가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핵심 역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머리말을 보면 저자의 <인간의 그리는 무늬>에서 주창하는 핵심적인 가치가 그대로 드러난다.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개념의 구조물인 이념에 지배되지 않고, 피가 통하고 몸이 살아 움직이는 활동성을 위주로 한다는 것이죠. 활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죠. 이 힘이 바로 욕망이며 덕이며 개성이며 기질이며 감각입니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할 때, 우리는 이념이나 가치관 혹은 신념의 대행자가 아니라,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자기 주체적인 인식의 확립은 인문학적 소양의 가치를 필두로 하여 나타나기 마련이다. 인문(人文)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 혹은 결이라고도 하고 인간의 동선이라고 파악한 저자의 인식을 토대로 접근하면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은 그런 정체를 알아가기 위한 방향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하는 소위 문(文), 사(史), 철(哲)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차원은 아닐까?



keyword
이전 01화지금 시작하는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