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의 화원 (1회)

외유사생

by 정작가


<바람의 화원>은 조선의 3대 풍속화가로 알려진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관계를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해 낸 작품이다. 김홍도와 관련된 비교적 많은 자료가 남겨져 있지만 신윤복에 대한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남장여자라는 모티프로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캐릭터로 설정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김홍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관계를 암시하는 멘트는 향후 극의 흐름에서 그들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신윤복 역을 맡은 문근영의 뒤를 돌아보는 표정과 미인도를 향해 손을 뻗어 안타까워하는 김홍도 역의 박신양의 연기 대결이 기대되는 장면이다.


드라마의 많은 장면을 차지하는 도화서는 화공들의 일상이 펼쳐진 곳으로 여타 드라마에서 많이 보이던 광경을 보여준다. 일정한 사람들이 군집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사극의 단골 메뉴라고 할 수 있다. 극의 첫 장면은 마지막 장면과 그대로 오버랩된다.


메인타이틀 화면이 끝나면 첫 장면은 도화서의 두 화공이 대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에 앞서 엽전 접시에서 내기를 통해 볼 수 있는 대결구도는 드라마가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자주 등장한다. 일종의 복선인 셈이다.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신윤복이 남장여자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외유사생은 도화서의 화공들이 야외에서 하는 스케치를 말한다. 이번 회의 제목이기도 하다. 외유사생을 통해 장차 새로 얽히게 될 인물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화공 신윤복이 기생 정향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정순왕후의 은밀한 사가방문은 기우제 기간 동안 금기시한 행위를 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측면에서 보면 신윤복에게는 괜한 불똥이 떨어진 셈이 된 것이다. 신윤복의 입장에서는 외유사생의 일환으로 사가집 부인의 모습을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화공의 성격상 당시 시대적인 배경으로 볼 때 증거의 자료로서도 기능하는 셈이니 정순왕후에게는 적대적이었던 주상과의 갈등의 소지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사건의 은폐는 어찌 보면 당연했던 것이다.


다음 주목해야 할 것은 범을 그리려는 김홍도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성난 범에게 쫓기다 도화서로 오라는 전갈을 받는 장면이다. 궁중과 도화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새로운 등장인물로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결국 김홍도와 신윤복의 대면은 본격적인 드라마의 구도를 완성해 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신윤복과 정향의 만남 또한 두 번 이루어졌고, 김홍도와 신윤복의 대면 또한 두 번 이루어졌으니 이런 장치를 통해 극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더욱 중요한 인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사전작업을 한 셈이다.


☞ 2회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