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형(속)
장파형을 앞두고 신윤복은 착잡한 심정을 억누르고자 기생 정향에게 다섯 냥에 만남을 제안한다. 신윤복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정향은 그에게 가야금을 연주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화가에게 손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장파형은 이런 화가의 손을 망가뜨리는 형벌이다. 춘화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도화서 화원인 김홍도는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장파 형장으로 끌려간다. 장파형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대목은 전반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서너 명의 장정들이 끌어올린 네모난 바위 돌은 그 밑에 놓인 항아리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이런 상황을 목도한 생도들에게 장파형은 끔찍한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김홍도와 신윤복의 형인 신영복, 신윤복은 스스로 장파형의 희생자가 되기 위해 애쓴다. 김홍도는 스승으로서 제자를 구하기 위해, 신영복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신윤복은 아무 잘못 없이 형벌을 자처하는 스승과 형을 구하기 위해 말이다. 잔혹한 형벌 앞에서 과연 누군가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도화서를 쫓겨나 단청소로 향하는 형의 운명 앞에 신윤복은 커다란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스승이 그런 형을 위해 촌각이라도 아껴 그림에 매진하라고 하지만 신윤복은 그런 스승의 충고를 거부한다. 그림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이지 사람 위에 그림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장파형을 면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위기에 처한 스승과 형의 모진 행로를 바라보아야 했던 신윤복은 절규한다. 그리고, 돌로 자기 손을 내리친다.
기우제에 사가를 찾았던 것은 왕의 조모인 정순왕후였지만 그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도화서 생도에게 죄를 덮어씌우려 했던 음모는 왕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무마가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권력자들은 자신의 죄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갖은 술수와 음모, 계략으로 희생양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타인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려는 술책 또한 빈번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실을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태도는 아닐까? 어떻게든 진실은 드러날 것이고, 재능 또한 반드시 제대로 인정받을 시간이 도래하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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