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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2회)

장파형

by 정작가

"그린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천지간의 모든 것을 붙잡아 기록하는 것입니다."


스승인 단원 김홍도가 그림에 대해 묻는 장면에서 사생의 장(長)인 장효원이 한 말이다. 그러면 그림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 그대로를 모사하는 것이 전부일까?


김홍도는 신윤복에게 다시 물음을 건넨다.


"그린다는 것은 그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닐지요."

"그래, 어째서?"

"그리움이 그림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림이 그리움을 낳기도 하지 않는지요?"

"계속".

"그리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자꾸 떠올라 그를 그리게 되니,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리운 사람이 그림이 된다. 그래서?"

"또한 그 사람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다가도 그 사람이 다시 그리워지니 이는 그림이 그리움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림을 보면 그리워진다?"

"예.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린다는 것은 그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닐지요?"

"그리움이라, 그린다는 것이 그리움이라"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이런 대화를 통해 단원 김홍도는 신윤복이라는 제자의 가치를 알게된다. 그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이 장면을 되뇌어 보면 가끔씩 야외스케치를 하면서 그림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생장인 강효원의 말처럼 순간을 잡아두는 것인지, 아니면 신윤복의 말처럼 그리움같은 느낌을 말하는 것인지. 순간을 잡아두는 것이라면 사진기라면 충분하지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움같은 느낌을 만드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것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가깝지 않을까?


☞ 3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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