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 독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by 정작가

이 책은 우리나라에 시판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저자가 유명하다는 이유가 크지만 번역되어 발간되기도 전에 엄청난 선인세(先印稅) 경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주목을 받았던 책이라는 이유도 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토록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은 책을 고르는 데 망설일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작가의 작품 한 권 접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유감이다. 일찌감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책, <1Q84>라는 책도 'IQ84'라는 책으로 알았을 만큼 베스트셀러에도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인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인지 중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책의 제목만 읽어도 숨이 가빠온다. 다자키 쓰쿠루와는 주인공일 테고, 색채가 없다는 것은 개성이 없다는 것 아닐까.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 테고. 대략 책 제목만 봐도 이런 식의 유추가 가능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본 사회에서 한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집단 따돌림, 즉 왕따에 대한 한 개인의 고통과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다. 비록 이 소설이 왕따 문제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친하던 친구들의 갑작스러운 절교선언은 주인공의 정서를 지배하는 화두로 작용하며 소설을 이끌고 가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소설의 문체를 보면 간결하다. 그것이 원작자의 문체 때문인지 번역자의 역량 때문인지는 몰라도 읽는 동안 쉼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흡인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소설의 내용 또한 진부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상상력의 발현을 통한 소설 읽기의 흥미를 배가시킨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일본 문학 작품이라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딱히 왜색이라고 느껴질 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 번역자의 배려 때문인지 작가의 역량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느 문화권에서도 보편적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 책의 겉표지 뒷면을 보면 작가의 인터뷰가 부분적으로 인용되어 있는 데 작가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구성해서 탈고했는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인용된 작가의 말을 보면 소설을 쓰는 작업이 건축의 설계도를 보고 건축물을 구성하는 것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의 성향마다 일정 부분 차이는 있겠지만 소설의 특성상 내용을 미리 정하고 가는 것보다는 미지의 길을 상정하고 글을 써 나갈 때 예측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전혀 새롭고 기발한 소설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도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라면 독자들은 얼마나 애가 탈까. 이런 작가의 성향으로 인해 그의 작품들이 유래없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하튼 그렇게 유명하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첫 작품으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택했던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만하다. 이 책을 계기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빠져 들어 소설 읽는 즐거움에 흠뻑 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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