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 독서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 민음사

by 정작가

<82년생 김지영>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이어서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하지만 워낙 소설을 읽지 않는 습성 때문에 이제야 겨우 읽게 되었다. 베스트셀러의 무용론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장에서 주목받는 책은 그것이 어떤 책이라도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베스트셀러는 대중들의 인기 척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설의 형태를 띠긴 하지만 모큐멘터리처럼 현실감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각주는 현실적인 수치를 반영한 것이어서 더욱 작가의 의도를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도 강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중년 여성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소설 속의 인물이 개성적인 특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소설의 법칙이라면 이 작품은 그런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도륙해 버린다. 작가가 한 주인공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있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현실상을 반영함으로써 아주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남녀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의 집필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도할 수 있겠다. 그런 반면 젠더갈등으로 촉발된 사회 현실의 문제들을 증폭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태껏 여성의 현실 문제에 대해 간과했다는 반성이 들 정도로 제대로 된 사회 현실을 목도할 수 없었다는 한계 또한 인정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출산율 저하 또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엄연히 21세기를 살아가면서도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사회의식구조는 시대의 변천과 사회의 발전상과는 무관하게 아직도 여성의 차별성을 더욱 구체화시키고 노골화하고 있다. 조금의 틈이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지영이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는 그것이 여성이라는 존재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층이든 약자로서 무시당하고 설움 받는 존재들에 대한 절규이자 한탄에 대한 메시지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에 대한 근원적이고 회의적인 시선 앞에 자리한 82년생 김지영이 더 이상 소설 속의 가공된 인물이 아닌 현실적인 존재로서 느껴지는 것 또한 태생적 한계 속에 방치된 인생 역정을 거친 한 인물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는 고통과 아픔의 발산을 목도한 이유 때문이리라.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마지막 부분인 ‘2016년’에서 정신과 전문의인 화자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되었던 것은 아직도 김지영의 현실에 공감할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시와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밥 먹듯이 보는 여성들의 감수성에 다가갈 수 없었던 이유는 태생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한계상황 속에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성역할에 고정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드라마나 소설 읽기를 통해 무딜 대로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시키고, 인간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로 삼는다면 어떨까? <82년생 김지영>이 그런 역할을 하는 텍스트로서 자리하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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