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 같은 애인

김광식 감독(2010) / 대한민국

by 정작가

누구에게나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다. 그 대상이 부모나 친구, 애인일 수도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반지하 옆집세입자이다. 깡패지만 깡패 같지 않은 인간성, 애인은 아니지만 애인 같은 자상함을 가진 그가 바로 남자주인공 동철이다. 이들은 비록 다른 삶의 이력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의 모습은 유사하다. 보스를 대신해 감방살이를 한 동철은 차세대 에이스로 부각되기는커녕 얻어맞고 다니는 칠칠한 삼류건달일 뿐이고, 세진은 지방대를 나와 석사학위와 토익이 상위 3% 안에 드는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번 취업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는 만년 백조(?)이다. 나름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삶을 다해 살아가지만 늘 2% 부족한 그들에게 그런 모습은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는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인생살이가 참으로 녹록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그만큼 삶에서 평탄함을 느끼고 산다는 것은 힘들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난과 시련은 딛고 일어서라고 주어지는 것처럼 늘 우리의 주인공들은 험난한 파고를 넘어 당당하게 우뚝 선다. 이 영화에서도 여주인공인 세진은 이름처럼 숱한 취업의 고배를 마신 후 깡만 세진(?) 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어코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그런 열정들이 때론 사회의 약자(여기서는 세진)를 울리기도 하지만 분연히 일어나 다시 가야 할 길을 가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감정의 울림은 곧잘 감동으로 이어지곤 한다. 비록 동철이 삼류건달로서 세진에게는 아마추어 깡패(?)로 보이긴 하지만 그녀가 우산이 없을 때 우산을 사다 주고, 면접 시간이 늦었을 때 회사로 쳐들어가 면접실을 점거하는 난동으로 면접 시간을 지체하게 하는 우군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그녀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무작정 상경한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그런 동철은 그녀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자 애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때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보살펴준다는 느낌이 들 때 의기소침하던 일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살아가는 깡패조차도 한 사람의 운명에 큰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우린 누구에게라도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임에 틀림없다. 아주 미력한 사람일지라도 분명 위로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이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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