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시민

F. 게리 그레이 감독(2009) / 미국

by 정작가

영화 <모범시민>은 한 시민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이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괴한에 의해 부인과 딸을 잃은 클라이드. 범인들은 바로 붙잡혀 법정에 서지만 불법적인 사법거래로 인해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담당 검사에게 하소연해보지만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눈앞에서 범인들은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가고 만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1980년대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탈주자 지강헌의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구호는 법의 잣대가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모범시민> 또한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고발의 뉘앙스가 짙게 풍긴다.


사법 당국의 부조리는 무력한 한 시민을 초인적인 경지의 복수의 화신으로 변화시킨다. 법의 잣대로는 결코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없기에 클라이드는 그 자체로 법정의 변호인이자 판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그가 살인을 저지른 후 스스로를 변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제 더 이상 가해자만이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그런 가해자를 방조한 사법부 직원들에게까지 대상이 확대되어 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물론 복수의 파이를 키워가지만 그것이 그가 정한 법의 테두리, 즉 그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한다면 복수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법을 어긴, 법 집행자들에게 가하는 통렬한 복수의 룰인 것이다. 이제 그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사법 당국은 죄여오는 고삐에 한 걸음 물러서기도 해 보지만 그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는 여전히 잔인한 방식의 복수 프로그램만 가동될 뿐이다.


이제 복수의 화신이 된 클라이드는 점점 더 복수의 범위를 넓혀간다. 사법부의 한 법정에서 시장에 대한 테러로 그 범위가 확대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넘침은 부족함만 못한 법. 그의 방만한 복수의 행각도 결국은 들통나고 만다. 칼로 일어난 자, 칼로다 망한다고 했던가! 그는 결국 자신이 설치한 폭탄의 세례를 맞고 그 지난한 복수의 행각을 종결짓게 된다. 그는 다시 무력한 모범시민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결국 무력한 한 시민이 던지는 계란은 바위 같은 공권력에 무참히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작은 흔적은 남겼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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