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행진

임권택 감독(1974) / 대한민국

by 정작가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연상되는 계몽영화이다. 요즘 영화처럼 현란한 액션이나 눈에 띄는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이 한참이던 1970년대의 생활상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준 영화이다. 줄거리도 간단하다. 한 인테리 여성이 폐쇄된 시골 마을에 시집오게 되면서 선구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계몽하여 점차 부유한 마을로 변화시킨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냉담하던 마을 사람들이 점차 마을 아낙네들을 필두로 결집하면서 마을의 변화를 주도해 간다. 농한기의 남정네들은 술과 노름으로 소일하던 비생산적인 일상을 접고, 아내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화되어 마을을 변화시키는데 동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도적인 일군을 이루는 것이 그동안 소외받고 수동적이었던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부계 중심의 사회가 모계 중심의 사회로 재편된다는 가능성을 암시해 주는 장면이다. 아직도 작금의 현실에서는 여성 불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크지만 그동안 시대의 흐름을 보면 여성의 지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새마을 운동 이후 가치관이 좀 더 실용적으로 변한 것이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성들의 약진은 지금의 시대상황과도 무관하지 않게 진행되어 온 여성상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마을 운동이 농촌의 피폐화된 생활상을 변화시키고 조국 근대화에 기여한 점은 크다. 또한 수동적인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의지를 불어넣은 것은 그동안 잠자고 있던 의식을 개혁시킨 계기로 작용한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이런 시대적인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그동안 움츠려있던 농심을 깨우고, 스스로 변화와 개혁의 길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든지 극의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한 시대의 생활상을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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