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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산다 2

도미니크 로로 / 바다출판사

by 정작가

도미니크 로로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다. 일상적인 생활이 젬병인 내게 소중한 일상의 가치를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문학도 좋고 철학도 좋지만 우리가 매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일상이다. 그 속에서 사상도 싹트고, 창조적인 열정도 샘솟기 마련이다.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힘들다. 마치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처럼 한 단계를 충족하지 않고서는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때론 이런 단계를 뛰어넘기도 하지만 그것이 효율적이라거나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일상에 충실하고, 천천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순리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심플하게 산다 2>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상의 삶과 가장 밀접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음식과 식사, 요리에 관해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소식의 즐거움’이다. 풍성한 먹거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소식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 하긴 다이어트 열풍으로 이미 소식의 가치는 도를 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소식은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심플하게 산다 2>에서 말하고 있는 소식의 즐거움은 과연 무엇일까?


소식을 지향하는 것은 기존에 먹던 양을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본래 양에 맞는 자신의 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마치 연어가 제철이 되면 물길을 거슬러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비록 그 과정이 힘들기는 할 터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소식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허기지지 않을 땐 먹지 마라’는 ‘적절한 포만감’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차츰 먹던 양을 줄여나가다 보면 본래의 몸에서 원하는 양만큼만 먹어도 결코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칼로리 계산은 그만하고 한 끼 양을 그려보라고. 물보다 좋은 음료는 없으니 물을 즐기고, 작은 그릇을 쓰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단계가 지나면 비로소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을 먹기만 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소식의 즐거움을 알게 되니 좀 더 근사하게 한 끼 식사를 요리하고픈 충동에 사로잡힐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일들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무난히 넘기는 것만으로도 우린 평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고, 그런 일상의 작은 행동들을 통해 성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는 탁월한 일상의 행복 경기장에서 빠뜨릴 수 없는 종목이다. 요리하는 즐거움은 미각을 시각, 촉각 등으로 확대하여 공감각적인 즐거움에 빠지게 한다. 오감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쯤 되면 ‘먹는 것도 시가 된다’는 표현은 당연한 것이다.


‘적게 먹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문구가 이 책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그렇다. 우리가 소식을 하려는 것은 단지 다이어트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소식을 통해 몸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심플하게 산다는 것은 일상에서 군살을 덜어낸다는 뜻이다. 소식 또한 그런 측면에서 행해지는 적극적인 일상의 행복 찾기라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심플하게 살길 원한다면 소식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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