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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생각은 숨긴다

비스마르크

by 정작가

비스마르크는 독일의 초대총리로 철혈정책을 주장하고, 독일을 통일하는 등 국가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이런 그가 오스트리아에 대한 전쟁의도를 숨기고, 의회에서 전쟁으로 인한 폐해를 주장하며 의원들을 설득하고, 그동안 취했던 강경한 입장을 철회했던 것은 진정한 생각을 숨김으로서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프로이센 국왕으로부터 내각 대신으로 임명되고, 몇 년 후에는 수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곧바로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독일을 통일한 것에서 그의 용의주도함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때론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만의 족쇄 갇혀 허우적거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솔직하다는 것은 양심의 발로이고, 당연히 지향해야 할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적절히 시기를 조절하고, 자신의 생각을 숨긴다는 것이 비양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비스마르크의 경우처럼 자신의 위치가 내각의 수장이 아닌 단순한 정치가의 위치였다면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을지라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한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승리해서 독일을 통일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어도 그의 치적은 오로지 수상의 몫으로 할애되었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인 실익을 판단한 그는 때를 기다리며, 의원들을 설득해 당장의 전쟁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결국에는 수상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사냥을 하기 위해 풀숲에 숨어 사냥감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맹수처럼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솔직함도 중요하고, 진정으로 자기 생각을 숨길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진정한 명인은 이처럼 자신의 의도를 숨길줄도 알고, 적절하게 나설 시점도 간파할 줄 아는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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