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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시즌2) 3회

by 정작가


목이 떨어진 시신이 다시 거꾸로 굴러간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가는 기법은 영화 <박하사탕>에서도 차용된 기법이다. 첫 장면은 이렇듯 좀비와 대결을 펼치는 왜군들과의 전투 장면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방식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3년 전, 안현과 조학주의 대화. 생사초를 통해 수망촌 병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왜군과의 싸움에 투입시키자는 조학주의 제안에 안현은 일단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만 결국 조학주의 뜻대로 수망촌의 병자들은 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소외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던 사례는 역사에서 종종 발견된다. 일제 시절 시작된 소록도 나환자촌의 비인간적인 대우가 해방 이후에도 지속된 사례가 그랬고, 히틀러가 당시 유행하던 우생학에 기반하여 유전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여긴 장애인들을 살해한 경우가 그렇다. 이런 생명 경시 풍조는 훗날 유태인 대학살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 여기서도 부족한 관군의 군사력을 보충하기 위해 수망촌 병자들을 희생시켜 좀비로 만들어 왜군과 대항하려는 조학주는 빗나간 권력욕을 엿볼 수 있다. 안현의 수하들이 명을 받고, 수망촌의 병자들을 목 졸라 죽이는 대목은 안현이 조학주의 의견에 동조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의 무사유가 홀로코스트를 탄생시킨 것처럼 <킹덤>에서 안현의 수하들이 한 행동 또한 그와 같은 연장선상의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극 초반에 보여주었던 전투 장면 중에 좀비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이 다시 리와인딩되면 시청자들은 결국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장에 말을 타고 나타난 안현. 왜군 기지의 깃발과 초토화된 병영 상황이 화면에 드러난다. 목이 잘린 수망촌 좀비의 목을 들고 결심하는 안현.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빚을 갚을 것이다.’


이어 좀비가 되어 관군에게 질주하며 조학주의 목을 볼살을 물어뜯는 장면이 다른 각도에서 보이고, 지난 회차의 장면과 연결된다. 결국 세자 창에 의해 목이 잘리는 안현. 카메라 화면 피 묻은 살점은 극의 리얼리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윽고 이어지는 세자의 발언은 조학주의 비윤리적인 권력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의녀가 죽은 안현을 되살린 상황을 꼬집고 있다. 의녀 서비에 의해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 이어진 세자의 발언은 <킹덤>의 주제를 암시한다.


“해원 조씨들의 죄는 실로 무겁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대행왕이신 아버님의 시신을 능욕하였으며, 전란으로 피폐해진 민초들을 탄압했고 그들에게서 먹을 것을 빼앗아 굶주림에 빠져들게 했다. 해원 조씨 무리들의 탐욕이 이 끔찍한 역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외친다.


“이젠 눈을 뜨고 귀를 열어라. 백성의 소리를 듣고 이 상황을 직시하며 무엇이 옳은 일인지 선택을 해야만 할 때이다. 나를 따르겠는가?”


이로써 관군들은 세자의 뜻에 따라 합류하게 된다.


좀비들과의 사투는 계속되고, 관군들은 포를 이용해 이들을 물리친다.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 읍성으로 곡물을 수송하려는 계획은 세자 일행의 치밀한 전략에 의해 성공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백성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자 창의 군주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회차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세자의 호위무사인 무영의 운명이다. 임신한 아내의 안위를 위해 세자를 배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드러나는 것도 그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적 행로를 보여준다. 무영은 결국 본색을 드러내게 되고 조학주를 마차에 태워 의녀, 부사와 함께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조학주를 구해 달아나는 무영을 죽이라고 지시를 한 것은 조학주였다. 이는 무영이 결국 내선재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화살을 돌릴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한 이유 때문이다. 의외로 부사에 의해 그런 상황은 급격히 진전되고, 무영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권력자의 도구로 쓰이다가 버려지는 운명이 되어버린 무영은 뒤쫓아 온 세자 창의 품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된다. 설원의 자작나무가 빼곡한 숲에서 세자가 무영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서 비극적 상황을 더욱 고조시킨다.


막 무영의 부인에게서 출산한 강보에 싸인 아기를 꺼내 드는 유모의 표정에서는 음모의 빛이 도사리고 있다. 이어 초점이 잡히지 않은 화면에 중전의 형체가 드러난다. 이어 중전의 표정이 줌인되면서 안면에 미소를 띠며 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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