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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시즌2) 2회

by 정작가


음산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군영. 군사들의 움직임을 목도하는 서비, 다른 편에서는 세자 일행이 조학주가 있는 진지를 향해 침투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에서 저 멀리 보이는 군영. 드디어 조학주가 있는 곳에 다다른 세자. 빈 용상이 보인다. 수적으로 적은 중앙군과 혈투를 벌이지만 곧 그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포위된 세자 일행. 중앙군의 북소리는 사실상 상황이 종료됨을 알리는 타종이나 다름없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조학주. 맞닥뜨린 안현.


사슬을 풀고 복도를 누비는 좀비가 된 왕. 그런 친부를 맞닥뜨린 세자.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세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회상한다. 좀비가 되기 전 왕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모습은 세자의 바람을 시청자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소자 장입니다.”


좀비가 된 왕이 미처 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세자는 이를 통해 과거 속 아버지인 왕과 내적인 재회를 이룬다


한편, 한양에서는 중전의 사가인 내선재에서 어영청 소속의 관헌들이 살인 사건을 전모를 밝히고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선재에서는 이미 가마꾼들을 동원해 죽은 시체를 운반하는 등 증거인멸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 이동 중이다. 내선재에 들이닥친 어영청 관리. 방의 장판과 주변 흙무덤에서 발견되는 증거들. 이 때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 횃불은 진실을 밝혀주는 등가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결국 세자 일행은 중앙군에게 체포되고, 이 자리에서 안현은 조학주의 비밀을 밝힌다.


“대역죄를 지은 죄인에게 저하라니요.”

“대역죄를 지은 건 저하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야.”


조학주와 안현이 맞닥뜨린 장면에서 나오는 이런 대사는 권력의 주체를 정하는 싸움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3년 동안 난 지옥에서 살아왔소. 또다시 그때처럼 당신한테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이는 더 이상 안현이 조학주와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는 대목이다.


“전하께선 이미 붕어하셨다. 그런 전하를 권력을 지키려는 탐욕으로 이 조학주가 다시 살려냈다. 인육을 탐하는 괴물로 만든 것이다. 전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보위는 국법에 따라 세자 저하의 것이다.”


“뭣들 하느냐. 쏴라. 쏘지 않는다면 너도 벨 것이다.”


궁지에 몰린 조학주는 군사들에게 안현을 향해 총을 쏘라고 강요한다. 이미 안현의 입을 통해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런 진실의 바탕 위에 권력의 총구를 거꾸로 겨눌 병사는 사실상 없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루는 ‘악의 평범성’ 대한 우화는 사유하지 않는 자의 말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불법적으로 권력을 쟁취하려는 자는 늘 어떤 식으로든 진실을 은폐하고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대중이나 민중을 속이기 마련이다. 드라마 <킹덤>에서는 조학주가 그런 인물이다. 안현이 병사들의 총에 맞아 무릎을 꿇는 장면은 권력이 진실을 굴복시키는 상징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총을 맞고 문을 열고 용상으로 향하는 안현과 세자의 조우. 세자에 의해 왕의 목이 잘린 광경을 본 조학주는 안면에 미소를 띤다.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세자는 자신의 아버지이지만 좀비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속적으로 천륜을 범한 살인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된 것이다. 우리는 때론 진실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사회 제도적 굴레에서 용납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조학주처럼 겉으로는 왕을 보위하고 국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권력을 탐하는 탐관오리에 불과하다. 히틀러 또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 권력을 잡았지만 결국은 인류의 운명을 풍전등화 속으로 몰고 간 최악의 학살자가 되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기인한 것이다. 작가는 비정한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진실을 왜곡하고, 인간의 삶을 불행의 늪에 빠지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회차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둠이 주를 이룬다. 어둠 속에 타오르는 횃불은 진실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 세자 일행들과 조학주의 맞대결 구도는 시종일관 극의 흐름을 지배한다. 권력의 상층부에서 누가 적자인가는 이전부터 오래된 갈등 요소로 작용해 왔다. 권력을 쥔 자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무슨 일이든 감행한다. 조학주는 죽은 왕을 살려 허수아비로 세우고, 중전은 후사를 잇기 위해 임신부들을 희생시킨다.


세자 일행은 감옥에 갇혔지만 일단 탈출을 감행한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강력한 동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신은 과거 삶의 근거지에서 도륙당했던 가족과 이웃들에 대한 원한이 남아있고, 안현의 수하는 주군의 죽음을 복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드라마에서는 행동을 추동하는 동기가 합리적으로 주어져야 행동의 근거가 된다. 이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을 감행하고 중앙군과 대결을 꾀했던 것은 죽음보다 강한 동기가 그들을 행동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극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좀비로 변한 안현의 등장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등에 찢어진 깃발을 메고 총과 화살을 맞으면서 병사들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과거 자기의 역할에 충실했던 안현의 강직한 심성을 드러낸다. 사실상 좀비가 된 안현은 피의 냄새를 맞고 돌진한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대부분 이 장면에서 그의 충직함을 떠올렸을 것이다. 좀비라는 종의 속성을 초월한 인류애가 느껴지는 것은 안현의 행동에서 처절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조학주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왕을 희생양을 삼은 것처럼 안현 또한 죽기 전 생사초의 힘을 빌어 조학주를 향한 분노의 화살을 날렸던 것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안현이 조학주의 얼굴을 물어뜯는 장면은 엽기적이면서도 고도의 분노를 폭력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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