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는 30분 남짓한 분량이지만 영상의 밀도는 그 어느 회차보다 촘촘하다. 극의 전반적인 분위는 음울한 편이다. 마치 지구 종말 후의 세계를 보는 듯 배경 또한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극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인근 서원은 퇴락한 풍경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한양성 인근 서원. 어두운 밤이다. 곳곳에 횃불을 든 병사들이 보이고 세자 창은 진지한 표정으로 모여있는 병사들에게 말한다. 끌려간 죄인들에 대한 참형 사실을 말하며 계속 자기를 따른다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날 계속 따르겠는가?”
이 장면에서는 전운이 감도는 듯, 잔잔한 음악이 더욱 애절한 정서를 부채질한다. 세자 창의 얼굴에서 보이는 횃불에 흔들리는 미세한 조명의 변화는 더욱 불안한 상황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퀀스가 제법 암울한 비장미를 전해주었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말을 탄 장수의 뒷모습과 앞으로 펼쳐지는 한양도성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곧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정면에서 장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을 보면,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참형장으로 끌려가는 일군의 무리. 고기를 써는 백정들의 모습이 보이고, 곧 형장이 보인다.
참형을 미루자는 의견을 낸 우의정, 내금위장은 중전마마의 명이 왕명과 같다며 참형을 바로 거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곳은 발로 가려져서 그들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밀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한 듯하다.
훈련대장이 고변하는 장면. 자기 가족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은 말 위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졌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바라보는, 내금위장의 의미심장한 미소.
한동안 옷걸이에 걸린 삼베옷을 바라보는 세자 창.
“내 아들 창이 죽을 자리를 찾아왔어요.”
계비 조씨가 일그러진 거울을 보며 말하는 장면은 마치 명운이 다한 자신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하다.
훈련대장이 말한 대로 영기서원을 급습하는 내금위 병사들. 곧 함정임이 드러난다.
대궐로 진군하는 세자 일행. 느린 슬로 모션은 더욱 비장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삼베옷이다. 부친의 목을 벤 죄인의 심정으로 이 옷을 챙겨 입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하튼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세자가 한양에 당도했다는 다급한 전갈을 받은 대신들.
어영청대장이 된 동래부사는 차마 참형을 실행하라는 명을 내리지 못하는데, 그때 등장하는 세자. 죄인들의 오라를 풀어주라는 명을 내린다. 궁으로 입성하는 세자의 일행. 병상 일지를 보여주는 훈련대장. 해원 조씨의 세상이 끝났다고 말하는 훈련대장.
근정전을 향해 나아가는 세자 일행. 멀리 용상에 아기를 안고 앉아 있는 중전의 모습이 보인다. 정식 관복을 곱게 차려입은 계비 조씨는 다가온 운명을 예견한 듯 처연한 표정으로 세자 창을 맞이한다. 이들은 대면하며 한동안 설전을 벌인다. 권력을 지키려는 자,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과의 대결이다. 중전은 세자 창에게 아비의 목을 자른 대역죄인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신하들과 어영대장은 핏줄의 정통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감히 너희들이 내 아들의 핏줄을 의심한단 말이냐?”
이런 상황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세자 창
‘용상에 앉은 자가 당연히 해야만 했던 일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라는 그 도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선택하시오. 스스로 내려올 것인가, 군관들에 의해 개처럼 끌려 내려올 것인가”
“아비의 목을 친 것도 모자라 어미와 동생까지 죽이겠다고요?”
용상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중전
저하의 손을 더럽힐 것이 없다고 간언 하는 대신. 그들의 모습에서는 권력에 따라 변하는 범인들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위기를 감지한 중전의 상궁들. 대표 상궁이 열쇠를 바라본다. 뭔가 계략을 꾸미려는 듯. 횃불을 들고 지하 감옥으로 들어서는 상궁. 감옥 한편에는 좀비가 포효하고 있다. 감옥에 갇힌 채 눈이 가린 채로 포승줄을 끊고 있는 서비. 상궁이 좀비가 있는 감옥 문을 열자마자 비명이 들리고, 핏줄기가 서비의 얼굴을 강타한다. 충격에 떨고 있는 서비.
좌의정과 우의정은 전위교서를 쓰기 위해 궁궐 안쪽으로 들어가고, 서비는 마침내 포박된 줄을 끊고 근처에 있던 열쇠로 옥문을 열고 자유의 몸이 된다. 횃불을 들고 밖으로 나서는 서비. 궁궐로 나가자마자 사람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고, 좀비들이 궁궐 나인들을 공격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되는데. 좌상과 우상은 결국 좀비가 되고 만다. 곳곳에서 아우성치는 소리. 경계하는 세자의 일행.
“대체 무슨 짓을 꾸민 것인가?” (세자)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습니다.” (중전)
급하게 쫓아와 세자 일행에게 달려가는 서비
“역병입니다.”
“중궁전에서 역병이 퍼졌습니다.”
좀비들과 결전을 대비하는 세자 일행.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좀비들의 행렬.
근정전에 앉아 있는 중전은 궁궐 밖의 소란에 대해 무심히 쳐다본다. 궁궐 마당에서 일대 결전을 버리고 있는 세자 일행. 엽기적인 죽음의 사투가 이어진다.
연경문에서 어진을 챙기는 나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이곳까지 덤벼든 좀비 떼들. 거침없이 밀려드는 좀비 떼와 거침없이 펼쳐지는 살육전 혀가 잘리고 머리가 관통하는 등 잔혹한 장면이 이어진다. 이번 회차에서는 고어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장면들도 대거 등장한다. 간혹 어영대장의 참형 명령 신과 내시의 화장실 신에서는 코믹적인 요소도 발견할 수 있지만 워낙 좀비들과의 사투가 강렬하다 보니 이내 묻혀버리는 느낌이다.
좀비 떼와 대치 중인 상황은 공중 카메라에서 내려보는 숏을 통해 그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숨을 몰아쉬며 대치하는 세자 일행의 상황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한다.
시간은 흐르고, 밖에는 새 떼들이 넘실댄다. 암운이 감도는 상황은 더욱 비극적인 정서를 최고조로 몰고 간다. 근정전 밖에서는 좀비 떼들이 둘러싸여 있고, 이를 그림자 실루엣으로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공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