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2 마지막 회차에서는 불과 물의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역설적으로 불과 물은 좀비들이 두려워하는 물질이다. 근정전에서 서비가 원자를 안고 탈출하는 장면에서 불은 그의 생명을 구원해 준 상징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물은 기독교에서 부활을 상징한다. 세자 일행의 회생 또한 극에서는 그런 메타포로 작용한다.
극의 처음은 근정전 문 앞까지 모여든 좀비들이 드디어 문종이를 찢고 난입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꼭 안고 공포 어린 시선으로 넋이 나간 듯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계비조씨는 이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거침없이 문을 뚫고 들어오는 좀비들을 보고 있던 서비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외친다.
“불입니다. 저들은 불을 무서워해요.”
그러면서 옆에 있던 불등을 집어던지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킨다. 떼로 난입하는 좀비들을 본 계비조씨는 그제야 다가온 운명을 직감한 듯 강보에 싸인 아기를 품 안으로 움켜쥔다. 옷을 찢어 횃불을 만드는 서비. 좀비들과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여는 계비조씨.
“보고 계십니까. 아버님. 저는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이 방백 속에는 좀비들이 달려들어 목숨을 해하기 직전까지도 권력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권력에 집착이 얼마나 질긴 것인지 드러내준다.
이어 좀비들과 대치하고 있는 세자 일행의 무리. 어영대장이었던 그가 세자를 후원으로 탈출시키겠다고 제의하는데. 문득 후원을 떠올리는 세자. 잠시 잔영처럼 부친과 후원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탄약은 얼마나 남았느냐?”(세자)
“모두 합해도 저들을 다 처치할 수는 없습니다.”(영신)
“저들에게 쓸 것이 아니다.”(세자)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줄기. 이 장면은 드라마 <킹덤> 시리즈에서 자주 보여지는 그로테스크의 절정을 상징적으로 시연한다. 인간의 피로 좀비를 유혹하는 상황은 이전에 세자 일행이 조학주를 죽이러 가는 상황에서도 유효한 방법으로 작용했다.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좀비의 속성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돈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듯한 느낌도 들게한다.
‘우리가 미끼가 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지붕 위에서 떼로 몰려오는 좀비들을 보며, 몸을 움직이는 세자. 처마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고 달려드는 좀비들. 세자 일행들은 지붕에서 각자 자기 손에 피를 내어 좀비들을 유혹하는데. 손에 피가 흐르는 상태에서 지붕 곳곳으로 흩어지는 병사들. 동래부사도 겁에 떨다 차마 상처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다 얼떨결에 영신으로 인해 상처를 내고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드라마 <킹덤>에서 동래부사의 캐릭터는 일종의 감초 역할을 톡톡이 수행해낸다. 극의 성격상 다소 음울한 분위기를 풍길 수 없는 상황에서 동래부사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얼어붙었던 감정을 풀어주는 윤활유로 작용한다.
좀비들은 지붕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피 냄새를 맡고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하는데. 결국 지붕까지 출몰한 좀비들을 하나둘 격퇴하는 세자. 칼로 베고 넘어뜨리고 떨어뜨려도 좀비는 계속 덤벼든다. 지붕 위를 무리 지어 세자를 향해 거침없이 도발하는 좀비들을 보던 세자는 지붕 위 서까래를 칼로 무너뜨려 좀비들을 지붕에서 통째로 떨어뜨린다. 갑자기 달려드는 하나의 좀비가 세자를 공격하려 하자 화살로 이를 저지시키는 어영대장. 가볍게 목례를 한다.
“도대체 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
야심한 시각. 궐 한편에 숨어 아기와 함께 궐 밖의 동태를 살피던 서비는 손에서 묻어나는 피를 보며,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내려놓는데. 강보를 펼쳐보니 피에 흥건히 젖어있는 아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어 내레이션으로 세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래도, 상주도 모두 막지 못했다. 이번엔 막을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화면에서는 세자 일행이 숲 속에서 야심한 시각에 횃불을 들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는 장면이 이 음성과 오버랩된다.
결연한 의지로 모아선 이들은 어딘가로 불화살을 날리는데. 그곳은 바로 후원에 있는 연못 위 정자다. 연못은 겨울이라 꽝꽝 얼어붙어 땅처럼 단단하다. 정자에 붙은 불화살을 보며 달려가는 병사들. 이들은 정자 앞에 진을 치고, 횃불을 들고 활을 조준한 채로 좀비들과 대치 상태를 유지한다. 다들 숨을 몰아쉬며, 추위 속에서 꽝꽝 언 연못 위로 모습을 나타낼 좀비의 무리를 기다린다. 활과 총으로 나타날 좀비들을 향해 조준하는 모습이 보인다. 불타는 정자와 앞에서 진을 친 모습이 공중 숏으로 잡힌다. 일자진과 원으로 보이는 병사들의 구성으로 보아 각기 맡은 역할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부여되는 신이다.
이어 어둠 속에서 빠른 속도로 나타난 좀비들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잡힌다. 수도 없이 밀려드는 좀비들은 얼음에서 나자빠지기도 하며 무서운 속도로 세자 일행을 향해 돌진한다. 조총으로 얼음을 향해 총을 쏘는 병사들. 달려든 좀비들과 생사를 건 혈투를 벌인다. 얼음을 깨려는 병사들과 좀비와 맞서 싸우는 병사들은 각기 자기 역할에 충실을 기한다. 결국 얼음을 깨려는 병사들에게도 좀비가 밀려드는데. 아수라장이 된 연못 빙판. 맞서 싸우던 병사들은 하나둘 좀비에게 물려 부상을 당하고, 얼음도 깨지지 않는다. 공중 숏으로 밀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을 보며, 전세가 세자 일행에 불리한 방향으로 기우는 듯하다. 좀비로 변한 계비조씨의 모습도 보인다. 이 장면은 계비조씨 또한 좀비로 변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임을 역설(力說)한다.
결국 세자도 좀비에 물려 팔에 큰 부상을 입는데. 이를 떨쳐내는 세자. 그 와중에도 총을 찾아 얼음을 깨려고 시도한다. 총머리판으로 얼음을 깨도 육중한 얼음은 깨지지 않는다. 결국 총도 내던지고 주먹으로 얼음을 깬다. 얼음에는 수없이 많은 균열이 가 있지만 결국 깨지지 않는다. 얼음에 짓이겨지는 주먹과 피의 흔적들. 몇 차례 주먹을 내질러보지만 얼음은 깨지지 않는다. 이 장면은 고군분투하는 세자의 처절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깨려고 해도 깨지지 않는 얼음은 세자가 부수려고 했던 조씨세력의 단단한 기득권을 의미하고, 숱한 시도 끝에 얼음이 깨지는 상황은 그동안 세자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지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자의 시선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서 슬로모션으로 좀비에게 물어뜯기는 병사들을 볼 수 있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이들은 배경의 불이 타는 장면과 어우러져 더욱더 비극적 정서를 고조시킨다. 점차 균열이 가는 얼음. 주먹으로 내리는 치는 세자. 덩치 큰 좀비가 달려들자 세자는 이를 낚아채 머리를 메다꽂는다. 드디어 이를 계기로 깨지는 얼음. 모두들 연못 속으로 추락한다. 시체가 되어 물속에서 떠도는 모습이 기괴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런 잠시, 세자의 모습이 비치면 연가시처럼 달아나는 긴 형체의 벌레들이 보인다. 세자가 깨어나고, 병사들로 하나둘 깨어나 물속을 벗어난다. 얼음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추스르는 이들. 얼음 속에 갇혀 박제가 된 듯한 모습을 카메라가 훑고 간다.
아침이 되면, 광화문을 열고 나타난 세자. 백성들이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조아리며 그를 맞이한다. 연못에 있던 시체를 수습하는 사람들.
고관과 세자의 대화.
“저하께서 사시려면 반드시 원자를 죽이셔야 합니다.”
원자의 시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어영청대장. 원자를 살려두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고관.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시찰하는 병사들. 어진이 모셔진 방에 들어가는 세자. 어진이 훼손된 모습이 보인다. 혼잣말을 하며 선대 어진들의 흔적을 훑고 가는 세자. 마지막 자신의 어진이 모셔질 곳에서 서비와 원자를 대면한다. 팔에 상처가 있는 아기를 향해 칼을 겨누는 세자. 좀비에게 물려 상처를 입었지만 치료했다고 간언하며 아기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서비의 단말마와 같은 비명이 여운을 남긴다.
상주 읍성에서는 사체들을 옮기고 정리하느라 한창이다. 역병의 종언을 고하는 장면이다.
7년 후, 종묘제례악이 울리고 의식을 행하는 어린 왕이 보인다.
가마를 타고 가다 영신을 만난 동래부사(현, 좌의정). 회포를 푼다. 술잔을 기울이는 동래부사와 영신.
아기에게 칼을 겨누는 장면이 이어지면 세자는 칼을 내려놓는다. 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세자 일행들. 원자에 대한 핏줄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원자로 하여금 왕의 보위를 이어가라고 하는 세자. 그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세자의 모습에서 일행들은 존경심이 어린 시선을 보인다.
영신은 부사에게 의녀 서비가 정리한 역병에 대한 의술서를 전해준다. 이 대목은 서비의 음성을 통한 내레이션으로 처리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그간의 논리적으로 미흡했던 부분을 보충함으로써 극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작가의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생사초에는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기록된 것을 보면, 후일 새로운 시리즈를 예비하기 위한 복선으로도 보인다.
곳곳에서 생사초가 발견되어 이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순시에 나서는 세자. 생사초를 심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사초가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의 진원지를 파악하려는 세자. 북부지방의 폐가가 된 곳에 당도한 세자 일행. 생사초의 흔적을 발견한 서비. 운무에 가려진 풍경은 더욱 음산한 기운을 자아내는데. 생사초에는 더 큰 비밀이 숨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좌의정.
어린 왕의 흉터 난 팔의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는 내관
방울 소리를 내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좀비. 이의 목을 쳐내는 세자. 좀비의 발에 방울이 달려있음을 확인한다.
기괴한 풍경 속에 곳곳에 갇혀서 울부짖고 있는 좀비들의 모습이 보이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장면은 여태껏 극의 배경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장소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한 여인이 뒤를 돌아본다. 그 눈빛이 매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