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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에필로그

by 정작가


<킹덤>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입문 계기가 되었던 드라마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좀비물이 드라마에서도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는 <서울역>, 영화로는 <부산행>과 <창궐> 등이 앞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아신전>까지 총 13부작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사례는 전례가 없다. 그만큼 <킹덤> 시리즈는 한국 드라마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킹덤>의 세계관이 드러나는 것은 시즌1이다. 여기에서는 좀비가 된 왕의 존재, 생사초로 인해 비극적인 서사가 전개되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외국 영화처럼 <킹덤>은 좀비 영화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거기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과 권력을 향한 음모와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진진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킹덤> 시즌2에서는 세자 이창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시즌1에서 소극적인 행동에 머물렀던 세자는 시즌2에서는 극의 향방을 주도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간다. <킹덤>에서 생사초는 핵심 매개물이다. 이로 인해 비극이 초래되었고, 그것은 한 부족 소녀의 복수심에 의한 발로였다. 그 과정이 <아신전>에서는 잘 그려진다.


<킹덤> 시리즈의 전체 분위기는 음산하다. 공포와 고어,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이 드라마는 거침없이 빠른 전개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조선 시대라는 배경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연상케 하는 두 전란 후의 상황이 더욱 비극적 정서를 부채질한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가 나온 시점이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던 시점임을 감안하면, 그 절묘함에 허를 내두를 지경이다. 비록 극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전적으로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시대 상황을 보면, 여전히 복수와 음모로 점철된 정치 상황과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대에 탄생한 콘텐츠는 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한다. 코로나19 또한 그 원인이 다국적제약 회사의 음모라는 세간의 평이 있는 것을 보면, 극 중에서 계비 조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수의 임신부를 희생시키는 상황과 그대로 오버랩된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 취급할 뿐, 그 자체로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권력과 자본의 속성이 좀비와 같은 괴물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화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극의 단초가 되었던 아신의 복수극 또한 힘없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원인이 되었듯 자본의 마수가 가진 자들을 위한 거수기로만 작동할 때 시대의 비극은 더욱 가팔라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연재브런치로 <킹덤> 시리즈를 택하게 된 것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몇 년 전 써놓은 시즌 두 편의 글이 계기가 되었다. 시즌별로 글을 작성하다 보니,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져 아예 회차별로 드라마에 대한 비평문을 써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말이 비평문이지 장면을 묘사하고, 간단한 평을 곁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비평문을 쓰기에는 관련 이론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못했고, 역량도 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한 회, 한 회 글을 써 내려갈 때마다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에 사로잡힐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연재를 마치겠노라고 마음먹고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밝히고 싶다. 사실 연재 글쓰기는 시도 자체가 처음이라서 그 부담을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일주일에 한 편 주기적으로 글을 올린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글쓰기 근육이 단련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킹덤> 시리즈 연재를 통해, 막연히 흥미로 보아왔던 드라마가 비평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드라마를 분석하고, 영상을 글로 옮기는 작업 속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모델을 찾았던 것은 뜻깊은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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