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을 잃어버린 나의 날개

난임 일기 - 쓰라리다.

by 라즈베리

난임 병원을 다닌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이나 1년 후인 지금이나 아기가 없는 나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내 마음만 남았을 뿐이다. 지난번 이식에는 착상조차 하지 못했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숨만 쉬어도 누가 내 살 꺼풀을 한 겹 벗겨내서 사포로 그 자리를 문지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방에서도 울었고 기분 전환을 하러 나간 산책길에서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한번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 눈물을 멈추는 버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울어재꼈다.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 결과가 마치 내 삶의 점수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아직도 그 아픔을 극복하지 못했다. 3개월간 숨고만 싶었다. 해가 뜨는 것도 보기 싫었고 저녁이 빨리 왔으면 좋겠었고 봄이 오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계속 겨울이었으면 좋겠고 롱 패딩 속에 나의 다친 마음을 꽁꽁 싸매고 싶었다. 드디어 봄이 왔다고 꽃이 핀다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4월이 왔다. 봄이 온 것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고 나 또한 더 이상 방안에만 숨어 있을 수가 없는 시간이 온 것이다. 내가 나의 마음을 잘 추슬러서 다시 앞을 보고 달려 나가야 하는데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쓰였나 싶다. 아침을 먹고 음악을 틀고 창밖을 조금 보다가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화장을 하지 않고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인 것 같다. 멋드러진 글은 아니지만 이런 나의 아픈 시간들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곧 나는 괜찮은 척 또다시 난임 병원을 갈 것이다. 나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한 줄기의 빛이 있는 그곳... 이제는 간절하게 소원을 빌기에도 너무 지쳤다. 담담한 마음으로 그냥 한걸음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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