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친구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위로의 말

난임 일기

by 라즈베리

난임이라는 판정을 받고 시험관에 도전을 했고 여러 번 실패를 했다. 첫 실패를 맞이했을 땐 나도 얼떨떨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아픔을 알리는 것이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왜냐? 난 다음번엔 성공할 거니까!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내 아픔을 공개했을 때 상대방과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몰랐으니까...



"요새 어떻게 지내? 도통 연락이 없네?"

"너 시험관 시술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나 하도 애기가 안 생겨서 검사받고 시험관 시술했어~ 이번에 실패한 거 있지 또 해보려고~"


나의 씩씩함에 상대방은 잠시 어떤 말을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하는 듯 메시지가 한참 후에 도착한다.


"아이고.. 어쩐 일이야!! 시험관이라니!!"


예상치 못했던 답변에 사람들은 놀란 마음과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넨다. 게 중에는 어서 이 어색한 화제를 벗어나려는 사람도 있기도 하고 주변에 시험관 성공 케이스를 들려주며 꼭 잘될 거라고 응원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너무도 진심을 담아 위로의 말을 보내어 내 눈에서 눈물을 쏙 빼놓는 사람이 있다.


어떤 위로든 위로는 참 고맙다. 그 사람의 에너지를 나에게 불어넣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아다르고 어다르게 문자 안에 느낌이란 것이 있다. 가식이라던가 호기심을 한 방울이라도 넣으면 그것은 호수가 되어서 나에게 다가온다.


"몸은 좀 어때? 잘 지내지?"


마치 내가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나의 건강을 체크하는 사람...


"좋은 병원 있는데 소개해 줄까?"


그 정도의 병원은 나도 알아요... 난 시험관 관련 모든 정보를 수백 번 읽고 또 읽고 매일 새로운 글을 놓칠세라 눈이 빨개져서 사는 사람이에요. 마치 자기만 아는 것 같은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


"그래서 배아가 몇 개나 나왔는데?"


본인이 시험관을 하지 않으며 시험관을 하는 상대에게 자세한 내용을 꼬치꼬치 묻는 것은 굉장한 실례인 것을 모르나 보다. 의사가 아닌 이상, 같은 처지에 있지 않는 한 배아가 몇 개인지 왜 궁금한지 모르겠다.


"헉.." "겨우?"


이런 류의 감탄사는 마음속으로만 하길 바란다. 그대가 놀래버리면 난 그만큼 좌절하는 수밖에 없다.


"마음 비우면 생긴다더라~ 너도 마음을 좀 비워봐!"


마음을 어떻게 비우나? 간절한 소원이 있는데 마음을 비우는 것은 득도를 하라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득도를 했다면 종교 지도자가 되었겠지요. 당신의 간절한 소원에 나도 "마음을 비워봐"라고 대답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무자식이 상팔자래~"


딩크인 사람에게 자식을 가지라고 하면 실례이듯이 자식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하는 것도 실례임을 기억하자.


"아 진짜? 그랬구나 :'-( 힘내! 세상에 좋은 일이 많아 :) "


내 얘기가 너무 당황스러웠는지 갖가지 이모티콘을 뿌리며 황급히 대화를 마무리해버리던 사람. 그 사람의 마음에 나의 슬픔이 묻을까 봐 황급이 문을 닫아버리던 사람. 세상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다며 똥꼬 발랄하게 마무리하던 그의 밝은 에너지에 너무도 눈이 부셔 나도 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위로를 받고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대화법이 서툴러서 만들어진 실수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인다. 그리고 나에게 주문을 건다. "나는 이런 것에 상처받지 않는다. 그들은 나에게 상처줄만큼 내 인생에 큰 비중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 상처는 내가 선택한다"


위로는 참 어렵다.

"너의 아픔을 내가 전적으로는 다 모르더라도 너무 힘든 상황일 것 같아. 내가 언제나 너 옆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항상 힘내고 속상한 일이나 털어놓고 싶은 곳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와 같은 담백한 위로부터 건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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