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키즈노트
연말, 유치원에서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새해부터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예정이니 학부모들은 동의서를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지금까지 선생님들이 A4용지에 아이의 하루를 기록해 주었다. 아침, 점심, 간식으로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화장실을 몇 번 갔는지, 낮잠을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깼는지까지 모두 적어 두었다. 그리고 아이를 픽업할 때 종이를 보며 짧은 브리핑을 해주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짧은 대화가 하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에게는 제법 번거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기록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어떤 정보가 올라올지 기대되는 마음과 동시에 약간의 걱정도 들었다.
독일 학부모들의 반응은 나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 아이 사진은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진에 관해서는 동의할 수 없어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걱정이 컸다. 원장 선생님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는 아이들의 사진을 업로드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목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앱은 하루 일과를 기록하고 부모가 로그인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 이메일로 전달되던 공지를 한 곳에서 확인하고, 결석 사유 등을 간편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든 소통의 창구라는 설명이었다.
새해가 되고, 드디어 앱이 도입되었다. 아이가 몇 시에 등원했는지, 아침, 점심, 간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낮잠을 몇 시에 시작하고 몇 시에 깼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도, 코멘트도 없었지만, 나는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만족스러웠던 점은 픽업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낮잠 시간을 앱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아이가 충분히 쉬고 나서 데리러 갈 수 있었다.
종이를 대신해 선생님들은 이제 커다란 아이패드를 들고 아이들의 등원 시간을 기록했다. 모든 아이들을 기록하려면 꽤 힘들 것 같아 한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플 쓰는 거 어때요? 종이로 할 때보다 귀찮지는 않아요?"
선생님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처음엔 적응하는 게 좀 어려워요. 매번 아이패드를 열어서 입력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죠!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저는 아이가 지금쯤 뭘 하고 있겠구나 하고 추측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서로 다른 입장이지만, 결국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천천히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치원의 종이 기록이 앱으로 바뀌고, 식당과 카페에는 카드만 받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현금만 받는 곳도 많다. 슈퍼와 드러그스토어에는 셀프 계산대가 많아졌고, 덕분에 빠르게 계산하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변화가 빠른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겪고 있는 이곳에서는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가 성장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단순한 유치원 앱이지만,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점점 깊숙이 스며드는 시대에, 우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어떻게 맞춰야 할까? 아이가 기술에 익숙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속에서도 감성을 기르고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잊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 역시 나의 몫이다. 지금도 온갖 사운드북과 누르면 반응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IT를 배워가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나는 이 변화 속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