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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Oct 03. 2016

단체생활

나를 응원하는 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열심히 놀았던 9월이 지나고, 내일부로 단체생활을 시작해게 됐다. 방금 연수원에 들어와 짐을 풀고, 내일 보는 시험을 준비하다가 도저히 연필이 손에 잡히지 않아 브런치를 열었다. 이곳은 충청도의 한 혁신도시. 차를 타고 도시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심즈'속 도시같다는 것. 새로운 아파트가 즐비하고 거리는 예쁘게 구획지어있고, 모든게 계획 하에 만들어진 도시. 모든게 새로운 건물, 새로 시작하는 도시. 판교를 지나면 IT기업 건물들이 즐비하듯 이곳 도시에는 온갖 관공서와 공기업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내 고향은 계획없이 빠르게 만들어진 도시라 그런지 이런 계획도시에 오면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쨌든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키를 받고 방에 들어왔다. 혼자 쓰는 방을 배정받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방이 깨끗하고 좋다. 내 마지막 자취방이 생각났는데, 단연코 그곳보다 좋았다. 그러면서 내가 나가고 그곳에 들어온 할머니가 생각났다. 급하게 방을 내놓아 사람이 빨리 구해질까 걱정했는데, 바로 다음날 집을 보겠다고 왔던 할머니. 내가 살던 방을 낮에 가끔씩 와서 책읽고 글쓰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셨다. 집은 너무 크고 휑하다고. 가족들이 오면 시끄럽고 정신이 없는데, 낮에 혼자 있을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다시 '남이 시키는 대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꽤 오랜시간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스케줄을 짜고 지냈던지라, 남이 짜주는 스케줄대로 움직일 생각을 하니 조금 막막하다. 아침잠이 많아서 공부할 때에도 꼭 아침 아홉시까진 잤는데, 이제 그 생활도 안녕이라 생각하니 매우 슬프다. 어쨌든 내 마음대로 생활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기분에 맞춰주고,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기도 해야하는 단체생활을 하게 됐다. 사실 단체생활 자체에는 큰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인 자기소개를 끊임없이 해야만 하겠지. (그만큼 싫어하는 건 장기자랑인데, 그걸 할 기회는 절대 없길 바란다..)


혼자 방에 있으니까 나를 둘러싼 적막이 어색하다. 옆방에 누가 왔는지 두드려보고 인사라도 나누고 싶지만 그런 살가운 성격은 역시 못된다. 사회생활을 하면 이런 성격도 조금 고쳐진다고 하던데, 그건 일단 경험해보고. 여기서 파는 커피가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주변 커피전문점까지 가려면 무조건 차로 이동해야하는데, 안에서 파는 커피가 맛이 없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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